[8.17] 에밀 시오랑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되기 위해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일이란 쾌락의 탈을 쓴 저주다. 일에 대한 집념으로 온 힘을 다해 일하는 것, 아무 가치도 없는 노력에서 기쁨을 찾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자아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도단이다. 계속해서 꾸준히 일하는 것은 사람을 평범하게 만들고, 바보로 만들며, 몰개성하게 만든다. (…) 사람들은 일을 하면 삶에 대단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란 악에 이끌리는 인간의 성향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일을 하면서 자신을 잊게 되는데, 그것은 결국 천진난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일은 인간 주체를 사물화하여, 인간이라는 동물로 하여금 자신의 기원을 배반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자아를 위해 살게 하는 대신에, 외적 현실에 매인 가엾고 무력한 노예로 만든다. (…) 그러므로 지나치게 왕성한 에너지로 일하는 사람들의 시야는 너무나도 편협하다. 그들의 사고나 행위 역시 너무나도 진부하다. 노동의 반대는 수동적 관조도 아니고 막연한 몽상도 아니다. 자아의 변모가 실현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는 아량 없는 열광적 활동성보다는 이해심 많은 게으름이 더 좋다. 세상을 일깨우기 위해 게으름을 찬양해야 한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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