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 오가와 미쓰오

목수는 매일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라 나무에 대해 민감합니다. 커다란 부재를 앞에 두면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도 뱃심도 시험받고 있는 거지요. 장난삼아 만지작거릴 나무가 아니라 아주 크고 비싼 나무를 맡겨 깎게 하거나 끌질을 시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어느 정도 깊이까지 파내면 되는지 몇 번씩 확인할 테고, 마지막에는 뱃심을 부려 결정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성공한다면 커다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거지요. 이럴 때 성격이 나옵니다. 개의치 않고 금세 달라붙어 연장질을 하는 녀석도 있고, 천천히 몇 번이나 곱자를 대 보며 누군가 “이제 적당히 좀 하고 깎아 보는 게 어때?” 할 때까지 고민하는 녀석도 있지요. 어느 쪽이든 다 괜찮습니다. 그러다보면 머지않아 커다란 나무를 앞에 두고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커다란 나무는 자연스레 사람을 성장시키니까요.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평범한 살림집을 지었다면 평생 가도 천 년을 살아온 나무를 만져 볼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거대한 것을 대하다 보면 사람도 커집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젊을 때부터 시간이다, 돈이다 그런 것만 생각하면 인간이 자잘해집니다. 여기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어찌 되건 말건 마음껏 끝까지 해버립니다. 그게 답니다.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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