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와시다 기요카즈

‘나’의 인격은 진정으로 늘 같은 것이어야 할까? 그것은 타자들이 기대하는 동일한 것으로 늘 ‘통합’되어야 하는 것일까? 확실히 우리 사회의 법적 질서는 그것을 요구한다. 그것이 없으면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귀책’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는 와해되어버린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로 통합된 인격은 어디까지나 그때마다 통합되고 있는 것이지, 원래 그런 인격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쉼 없이 만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내’ 존재는 터지고 기워지는 일을 반복하며 다방향으로 일탈하는데, 그것을 미세하게 수정해가는 식으로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다시 깁고 짜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때로는 튕겨나가버리거나 와해되어버릴 때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인격의 통일’ 즉 정상태와 비정상태가 섞여 있는 ‘다중인격’이 있는 것이 아니며, 정상/비정상을 측정하는 부동의 규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격은 항상 편차를 낳고 재조직하는 부단한 과정 안에 놓여 있다. 그런 뜻에서 인격은 ‘통일’태로서 닫혀 있지 않다. 인격은 언제나 몇 겹의 톱니바퀴를 내장하고 있는데, 그것들에 의해 찢겨나가는 동시에 ‘자아’라는 각인조차 분명하지 않은 여러 변두리나 울타리 바깥으로 녹아든다. 그럼에도 인격이 동일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타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타자로부터 기대나 구속을 받으면서, 때로는 그것에 응수하기 위해 위장하면서, 때로는 그것에 노련하게 대응하면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존재를 조정해가는 ‘자기의 정치’가 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현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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