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이반 일리치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은 감각적이고 의미있는 낱말과 분명하고 뚜렷한 관념으로 생각하고 반추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내일은 올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이러저러하다고 말할 수 있고 이러저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우리는 철저히 무력하며, 우리가 대화에 관여하는 것은 우리와 함께 자신의 무력함과 모두의 무력함을 즐거이 경험할 수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한 우정의 싹을 키워나갈 길을 찾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가이아와 전 지구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것이고, 그 때문에 미쳐버린다. (…) 현재를 기리되 될수 있는 대로 적게 쓰면서 기릴 수 있다는 -그것이 세계를 구하는 데 쓸모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답기 때문에- 감각이 있으면, 생태학이라는 저 섬뜩한 춤에 대한 반대를 상징하는 저녁 식탁을 차려낼 수 있다. ‘생명’의 반대말로서 ‘살아있음’을 의식적으로 기리는 저녁 식탁을 차려낼 수 있는 것이다. (…) 나는 우리를 변화시키는 한 가지 길을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란 언제나 손이 닿을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순간 이곳에 살아 있음을 깊이 즐기는 것이고, 또 나아가 최대한 벌거벗은 상태로, 벌거벗은 그리스도를 벌거벗고 따르면서 그렇게 하자는 서로간의 권유이다.  -<이반 일리치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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