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4월 16일 아나키즘팀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04-20 16:19
조회
142
아나키즘 조에서는 크로포트킨의 《빵의 쟁취》를 읽었습니다. 전에 《만물은 서로 돕는다》를 읽으면서 맹자의 성선설(性善說), 노자의 무위지치(無爲之治)가 떠올라서 재밌게 읽었는데, 《빵의 쟁취》는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책에서 크로포트킨이 주장하는 바는 ‘모두가 좋은 삶을 살 권리’입니다. 당시 공산사회를 지향하던 다른 운동가들은 ‘일할 권리’ 혹은 ‘각자는 자신이 일한 결과물들을 모두 가져간다’를 주장했습니다. 그런 주장들에 비하면 크로포트킨의 주장은 더 급진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지점은 얘기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 소유, 무료 주택 같은 것들은 실현되면 좋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전무합니다. 책을 읽으면서는 무책임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점이 그가 ‘현실감각이 없다’고 비판받은 지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로포트킨도 이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유토피아주의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혁명이 모든 사람에게 집, 음식, 옷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믿는다. 이 사상은 어떤 당파를 지지하는가와는 상관없이 중산층 시민에게는 지극히 불쾌한 사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배고픔이 채워진 민중을 손아귀에 두고 지배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140)

 

크로포트킨은 당장 현실에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 인류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한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실천될 수 있는가를 묻기보다 그것의 실천을 전제한 채 어떤 것들을 문제 삼아야 하는지를 얘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이 누군가에게 분명 불쾌감을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이런 불쾌감을 주는 것이 그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단지 도달해야 하는 이상적 사회로서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실을 끊임없이 문제시할 수 있는 유토피아주의자란 점에서 아직도 크로포트킨은 공부할 만한 것 같습니다.

크로포트킨은 정말 온갖 것에 대해 문제제기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예술가의 노동이었습니다. 크로포트킨은 예술하는 사람이 노동하지 않으면 관념적인 예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얼핏 그의 ‘노동할 권리’에 대한 비판과 상반되는 것 같지만, 여기서 그가 말하는 노동이란 자기 삶을 주도하는 상호부조적 활동입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 사치스러운 소비에 길들여졌지만, 혁명의 시대에는 틀림없이 간소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엇으로 우리 자신의 신체를 길들이고 어떤 활동으로 삶을 주도할 것인지 크로포트킨은 질문한다고 생각됐습니다.

다음 주에는 《빵의 쟁취》 나머지 부분을 다 읽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문제를 ‘아나키즘’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써오기로 했습니다.
전체 1

  • 2020-04-22 00:01
    오~ 토론 때 의견이 분분했던 크로포트킨의 대항지점이 분명해졌네요^^
    현실을 끊임없이 문제시하는 유토피아주의자의 <빵의 쟁취> 라니, 더욱 흥미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