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절차탁마

절탁 서양 3학기 아홉 번째 시간(11.14)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11-11 19:30
조회
131
지난 시간에는 1부의 2장, ‘신체형의 호화로움’을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토론의 주된 토픽은 ‘진실’이었습니다. 푸코는 ‘진실의 생산’이라는 특이한 표현을 씁니다. 진실을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발견하는 것도 아니고 생산한다? 고전주의 시대의 사법적 절차와 형벌제도에 대한 푸코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진실이 생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피고인 없이 진행되는 조사 절차와 죄인의 자백, 신체형을 통한 진실의 재-생산. 특정한 규칙을 따른 이러한 일정한 의례와 절차는 몇 가지 요소들을 조합하여 범죄의 진실을 구성해냅니다. 사실과 다른 어떤 것을 꾸며낸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보여질 수 있고 다루어질 수 있는 진실이 이러한 절차와 더불어 비로소 형체를 지닌 채로 나타난다는 의미에서요.

푸코는 “인식하는 주체, 인식되어야 할 대상, 인식의 양태는 모두가 권력-지식의 기본적인 관계와 그것들의 역사적 변화의 결과들이라는 점”(59쪽)을 강조합니다. 그에 따르면 권력은 지식을 창출하고 권력과 지식은 상호 관여합니다. 권력적 관계는 어떤 지식의 영역과의 상관관계가 조성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으며, 권력적 관계를 상정하거나 구성하지 않는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의 존재방식과 행위양식을 특정한 방식으로 조건 짓는 무수한 관계들의 그물이 있습니다. 그러한 관계들 속에서 우리는 소비자로, 학생으로, 군인으로, 청년으로, 국민으로, 정상/비정상으로, 환자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경우에 물리적 폭력 앞에 노출되기도 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외부의 억압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우리의 신체를 포위하고 우리의 삶을 인도하는 힘들은 인식의 조건을 구성하는 담론적 차원과 더불어만 작동합니다. 가령 학교가 보편적인 제도가 되고, 모든 이들에게 학교에 가야할 필요가 생겨나는 것은, 인간을 교육받아야 할 존재로 보고 인간을 개발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도록 하는 담론적 배치들과 더불어서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주어진 조건에 복종하게 되는 건, 우리의 관점을 구성하는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앎의 배치들에 아무런 변환도 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렵지만 대충 느낌은 옵니다. 그러니까 푸코는 ‘실체적 진실’ 같은 게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 시대는 과거보다 거기에 더 가까이 갔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관념적 논의를 이어가려는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핵심은 진실이 만들어내는 권력효과입니다. 푸코는 “진실과 권력의 상관관계는 모든 처벌 기구의 핵심에 있는 것이며, 이 상관관계는, 형태도 다르고 효과도 다르긴 하겠지만, 현대적 형벌제도의 실제 내용 안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99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전주의 시대의 처벌기구에서 진실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자백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백은 피고인 없이 진행되는 증거조사를 자발적 의사표현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죠. 이러한 진실의 생산에는 분명히 권력적인 관계의 개입이 있습니다. 즉 피고인은 단지 자신이 야기한 것으로 간주된 어떤 피해나 침해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고백하고 왕과 사법제도의 권위 앞에 자신의 진실을 스스로 꺼내 보여야 합니다. 진실의 생산은 복종하는 주체의 생산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진실을 생산하는 절차, 진실을 말하도록 하는 방식, 진실의 권력효과. 푸코는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듯 합니다. 우리에게 힌트가 될 만한 푸코의 인터뷰 중의 발언을 한 단락 인용하고 마치겠습니다.

"과학은 경험으로서 이해되거나 분석될 수는 없을까? 즉 과학은 그 경험을 통해 주체가 변경되는, 하나의 특정한 관계로서 이해되거나 분석될 수는 없을까? 다시 말해, 과학적 실천 속에서 지식의 대상 뿐만 아니라, 과학의 이상적인 주체 역시 구성되는 것이 아닐까?"(<푸코의 맑스>, 66쪽)

이번 주 일요일에는 <감시와 처벌> 2부를 읽고 과제를 해오시면 됩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텍스트를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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