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절차탁마

절탁 서양 3학기 열 번째 시간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11-20 16:55
조회
154
《감시와 처벌》의 부제는 바로 ‘감옥의 역사’(Naissance de la prison, 그러니까 ‘감옥의 기원’ 혹은 ‘감옥의 탄생’으로도 옮길 수 있을 듯하네요)인데요, 우리는 3주만에 드디어 ‘감옥’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18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과거와 같은 의미의 스펙터클한 신체형은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죄와 벌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그러니까 인권 감수성의 진보 같은 것)이 아니라, “처벌권의 새로운 ‘정치경제학’”(135쪽)의 탄생이었습니다. 신체형의 핵심은 힘의 과잉이었습니다. 범죄를 재현하고 죄인의 신체를 전시하는 처벌의 절차는 범죄에 관한 진실을 생산하고, 군주권의 승리를 표현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권력의 메커니즘 속에서 신체형은 호화로워야 마땅했습니다. 그것은 야만적인 무질서나 변덕스럽고 자의적인 분노의 표출 같은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계산된 권력의 작용이었지요.

신체형의 이러한 ‘합리성’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노동력으로서의 인간의 신체가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과도 관계가 있겠고, 신체형의 스펙터클함이 권력의 재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 내에 뜻밖의 전도를 일으켜 민중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폭동을 촉발시키곤 했다는 문제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신체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게 되는데, 푸코는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들에서 전략상의 일치를 발견합니다. ‘전략’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처벌을 ‘일반화’하는 것이었죠. ‘보다 적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잘 처벌할 것!’ 단순히 눈에 띄는 몇몇 범죄자들을 화려하게 처형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억제가 사회전반에 대해 정규적 기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새로운 경제성, 새로운 통치의 합리성이 탄생한 것이죠.

이에 대한 응답으로 등장한 두 가지 처벌 장치는 ‘처벌 중심의 도시’와 ‘강제권의 제도’였습니다. 처벌 중심의 도시는 ‘사회계약상의 법적 주체’들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행동을 하면 이런 벌을 받게 되는구나. 범죄를 저질러 사회계약을 위반하면 필연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르고, 결국 주판을 굴려보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편이 낫겠구나’ 하는 식으로 시민들이 책을 펼쳐보듯 범죄와 처벌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표상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교육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처벌 중심의 도시’를 상상한 개혁가들이 건립하고자 했던 (조금 으스스한) 유토피아였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제 범죄자가 국왕의 권리를 침해한 자가 아니라 사회부적응자이자 재교육의 대상자로 여겨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회’에 손해를 끼친 자이며 노역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이 생산하는 기호를 통해서 사회에 보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처벌 권력의 유토피아는 널리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감옥이 형벌제도의 중심에 홀연히 등장합니다. 푸코는 묻습니다. “강제권, 신체, 독방, 비밀을 중심으로 한 처벌 권력의 모형이 어떻게 하여 표상, 무대, 기호, 공개, 집단을 중심으로 한 모형을 대체 하였는가? 왜 처벌의 물리적인 행사(신체형이 아닌)가 제도적인 토대가 되는 감옥과 더불어, 징벌의 기호들과 그 기호들을 유포시킨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의 사회적 작용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는가?”(209~210쪽) 범죄의 소멸이 아니라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삼는 교정 시설. “인간을 개별화시키는 지식의 총체”(203쪽)가 조직화되는 장소이자 복종의 주체(습관이나 규칙, 명령에 복종을 강요당하는 개인인)가 형성되는 장소인 감옥. 감금형. 어떤 이점이 있었기에 강제권의 제도는 개혁가들의 유토피아를 몰아낼 수 있었던 걸까요?

교정시설의 매우 독특한 점은 인간을 ‘길들이는’ 데에 온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일 것입니다. 호화로운 신체형이 물리적인 고통으로부터 어떤 상징들을 생산해내고, 처벌 중심의 도시가 계약의 주체들을 학습시킨다면, 강제권의 제도인 감옥은 인간의 습관과 무의식과 행위양식... 그러니까 품행을 특정한 규범에 맞추어 교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금지나 억제, 형벌의 부과, 죄인이 사회에 진 빚을 갚도록 하는 일 같은 것들이 아니라 죄인의 신체를 ‘생산’하는 것.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공지가 많이 늦었습니다;; <감시와 처벌> 3부 2장의 1번 '위계질서적 감시'까지 읽고 과제를 준비해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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