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세미나

서론 정리강의 후기

작성자
정아
작성일
2021-03-22 11:32
조회
176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서론을 마무리하고 1장을 읽고 있네요. 저희가 워낙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어서 서론만 다 읽는 데도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덧 서론을 마무리하고 채운샘의 정리 강의를 들었습니다.

서론에서 들뢰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반복이 반복이 아님을 집요하게 설명하는데요, 우리는 반복이라고 하면 같은 것의 반복을 떠올립니다. 매년 계절이 반복되고,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내가 아침에 눈을 뜬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올해 돌아온 봄은 작년의 봄이 아닙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뜬 나도 어제와 똑같은 나는 아니죠. 어제는 아프지 않던 어깨가 아프기도 하고, 어제는 멀쩡하던 이마에 뾰루지가 돋아있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돌아오는 건 무엇일까요? 작년 봄과 올해 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일어난 변화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우리는 어떤 변화가 있기 이전과 이후의 현실만을 지각합니다. 없던 것이 있거나 있던 것이 없다는 것을 인지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분명 변화의 과정, 없어지거나 생겨나는 과정이 있을 겁니다. 이처럼 우리 눈앞에 드러난 것은 잠재적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봄’이나 ‘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눈앞에 현실화된 ‘봄’이나 ‘나’는 잠재적인 것들과의 관계의 결과물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봄’이나 ‘나’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위장된(가면 쓴) 나’ ‘위장된(가면 쓴) 봄’이 반복되는 것, 선생님은 ‘가면을 쓰고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하셨어요.

들뢰즈는 이처럼 동일성을 전제로 한 반복, 이를테면 법칙과 습관과 개념의 반복이 어째서 반복이 아닌지 서론에서 설명합니다. 하지만 기존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는 “반복은 자신을 위장하는 동시에 형성한다”(71)거나 “차이는 만드는 어떤 것, 만들어지고 있는 어떤 것”(84)이라는 등의 들뢰즈의 말이 이해가 되는 듯도 하고 안 되는 듯도 합니다.(세미나 시간에 함께 토론할 때는 이해되는 것도 같다가 혼자 다시 보면 또 이해가 안 되고, 또 다른 의문이 떠오르고...의 반복입니다ㅎㅎ)

그런 점에서 들뢰즈가 말한 ‘배움’에 관한 부분이 다들 (무슨 말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음에 꽂혔던 것 같습니다. 들뢰즈는 수영을 배우는 사람의 예를 들면서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데요, 배움은 모방으로는 성립할 수 없고, “기호에서 응답으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성립한다”(70)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수영을 배우는 것은 수영 교사의 움직임을 보는 것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물결의 운동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가능한데 그러한 배움은 “그 운동들을 어떤 기호들처럼 파악할 때나 가능한 일”(71)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호란, 완벽하게 현실화될 수 없는 어떤 것, 개념화될 수 없는 어떤 것을 말한다고 선생님은 설명하셨어요. 그러므로 기호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자만이 배움을 시작할 수 있고, 기호를 포착하고 해독하는 능력을 길러가는 여정이 배움이라고요. 들뢰즈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배운다는 것, 그것은 분명 어떤 기호들과 부딪히는 마주침의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71)

이렇게 저희는 좌충우돌하며 서론을 읽고 드디어 차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1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겨우 1장을 읽고 있으니, <차이와 반복>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부담 없이 합류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함께 모여 마주침의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재미 꽤 쏠쏠합니다.^^
전체 1

  • 2021-03-22 12:19
    반복은 차이와 더불어 이해해야 하고, 차이는 반복과 더불어 이해해야 하는데, 그걸 알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을 끈덕지게 따라가야겠지요? ㅋㅋ 이제 겨우 서론을 다 읽은 것이지만, 어느샌가 서론을 읽어버렸어요! 서론에서는 '반복은 순수 차이를 반복한다'는 것을 변주해서 들려주는 것 같았는데요. 그게 참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하. 그래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헤매면서 내년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배움'에 대한 얘기로 들뢰즈는 '수영'을 예로 드는데, 장자 달생편에서도 수영의 달인이 등장합니다. 뭔가 이미지뿐만 아니라 내용도 겹치는 것 같아요. 들뢰즈와 장자를 적극적으로 크로스하고 싶기도 하고~ <의미의 논리>도 읽고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욕심이 뿜뿜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