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세미나

2학기 다섯 번째 강의 후기

작성자
정아
작성일
2021-08-31 13:11
조회
120
이번 시간에는 <차이와 반복> 3장 '사유의 이미지' 전반부에 대한 정리 강의를 들었습니다. 앞 장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읽히는 장이었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좀더 정리가 되었습니다. <차이와 반복>을 읽어나가며 어려운 점 중에 하나는 들뢰즈가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인데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들을 조금 다른 의미로 쓰고 있어서 거기에 익숙해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차이’와 ‘반복’이란 말도 우리가 흔히 아는 ‘이것과 저것의 차이’, ‘똑같은 것의 반복’이 아닙니다. <차이와 반복>은 그것이 무엇인지, 그런 차이와 반복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각 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들뢰즈가 말하는 ‘사유’는 우리가 이해하는 사유와 다릅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을 같은 것으로 여기지만, 들뢰즈는 분명히 구분합니다. “사유는 비자발적인 한에서만 사유일 수 있고, 사유 안에서 강제적으로 야기되는 한에서만 사유일 수 있다”(313쪽)고 하는가 하면, 사유를 ‘불법 침입, 폭력, 적’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사유가 비자발적이라니, 불법 침입이고 폭력이고 적이라니, 무슨 얘기일까요? 사유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 아니었나요?

들뢰즈에 따르면, 기존의 가치, 기존의 규정 안에서 생각하는 것은 사유가 아닙니다. 그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재인(再認)’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생각들은 대부분 재인에 속합니다. 재인이 아닌 사유가 시작되려면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어떤 사태, 어떤 ‘마주침’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마주침의 대상은 ‘기호’와도 같습니다. 기호는 ‘이건 뭐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 현실화되지 않은 것, 규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들뢰즈는 이 대상들을 ‘감각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대상들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규정된 대상이 아닌 우리가 해석하고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와도 같습니다.

이런 대상과의 마주침은 “영혼을 뒤흔들고 막-주름지게(perplexe) 만들며, 다시 말해서 어떤 문제를 설정하도록 강요”(315쪽)합니다. 마주침을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문제화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잘 작동되던 재인의 방식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비로소 사유가 시작됩니다. 나타난 것, 주어진 것들을 만든 ‘발생 조건’을 묻고 사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의 차원을 사유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들을 다르게 볼 수 없고, 따라서 다르게 사는 일도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마주침의 대상’은 어딘가에 따로 있거나 특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채운샘의 설명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마주침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이것들을 모두 재인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점이죠. 이 모든 ‘마주침의 대상’들을 우리는 습관적으로 ‘재인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계속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살아가면서, 점점 더 재인의 세계에 안주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습관에서 벗어나 마주침을 겪을 수 있을지의 문제가 우리에게 과제로 남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3장 후반부에 관한 정리 강의를 듣습니다. 좀더 어려운 내용이 담긴 부분인데 4장을 읽는 데 도움이 될 내용이어서, 4장을 막 읽기 시작하며 엄청나게 헤매고 있는 저희에겐 단비와도 같은 강의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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