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 세미나

중계세미나 6주차 후기

작성자
은남
작성일
2021-06-01 22:55
조회
174
이번 주 중계세미나는 계사전 6장부터 9장까지 읽고 토론했습니다. 남회근 선생님은 중국역사, 점, 풍습, 도교수련, 양생, 불교, 귀신 등등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으신겐지 모를 정도로 방대하고 기묘하고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바탕은 음양의 운동에 기초하여 일상 생활전반에서 역을 이렇게 저렇게 설명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은 천지의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天地之間則備矣)’고 합니다. 남회근 선생은 역을 공부하는 방식이 너무 고지식할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해야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역을 얼마나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남회근 선생의 강의에서 볼 수 있었고요. 또한 역을 통해 진정한 이해를 하는 것이란 늘 변하는 일상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회근 선생의 이 잡다한 강의에서 저마다 한 가지씩 포인트를 잡고 가는 것이 중요 하듯이 말이죠. 토론에 나온 몇가지 이야기를 짚어 보겠습니다.

제6장에서는 건곤의 지극한 ‘고요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건이나 곤은 모두 지극히 고요하다가 움직임에 있어서 건은 곧게(直) 움직여 크게 생하고, 곤은 오므린 것이 퍼져서(闢) 광범위하게 생합니다. 남회근 선생은 물리 세계는 영원한 곡선이지만 거기서 직선이란 에너지가 발동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에너지가 발동하기 전에 고요한 경지가 되지 않으면 건곤과 같은 광대함은 이룰 수 없는 것이지요. 남회근 선생도 至靜한 두뇌의 심정이어야 비로소 역경을 연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요함에 대해서 학인들은 마음의 집중 상태로 자기가 있는 그 현장에서 생각이 다른 데로 향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또한 음양의 밸런스가 맞을 때, 뭔가 조화로울 때 고요함이 유지되는 것 같다고 하고, 늦은 밤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나 이른 새벽에 고요함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고요하다고 느낄 때가 마음이 어떠한 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진도가 나갔을 때였는데요, 그런 집중의 시간을 잘 보내면 역시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고요하지 못할 때는 흔히 ‘정신 사납다, 마음이 시끄럽다’는 말을 합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가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요함을 조금이나 이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고요함은 마음을 비우는 것, 욕심을 내려놓는 것과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변통은 사계에 짝한다(變通配四時)’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산다는 것이 사계절의 리듬처럼 여겨야 한다는 말인데, 이것을 남회근 선생은 ‘인간의 생로병사가 춘하추동과 같다는 것을 안다면 곧 인생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이 ‘춘하추동’과 같다는 말을 그냥 지나치곤 하는데, 정말로 생로병사를 사계절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이때 계절을 안다는 것, 철을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학인들은 당장 우리의 기분이 춘하추동 계절의 기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건조한 사람한테는 촉촉하게 느껴지고, 습이 많은 사람한테는 우울감으로 느껴지는 등 감정이 내 것이 아니라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일어나더라고 했지요. 하다못해 오늘의 기분하나도 날씨와 연관되어 있었는데, 생로병사라는 기운의 운집 작용과 소멸이 대우주의 운동과 뗄려야 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7장에서는 7장 전체가 『중용』의 말씀이라고 했지요. 남회근 선생은 우리의 인생철학은 ‘知崇禮卑’라고 ‘하늘과 같이 높고도 먼 이상을 지녔더라도 제일 평범한 곳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어 ‘成性存存 道義之門’ 이 여덟 글자는 적절히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한탄하듯 지나치십니다. 중용의 ‘천명지위성’을 부여 받은 인간이 ‘성실히 하려고 하는 것(誠之者)’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우리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8장에서는 공자님의 단장취의 문장에서 ‘겸손함(謙)과 신중함(愼), 후회(悔), 공경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눴지요. 건괘 상구효 ‘하늘 높이 도달한 용이 후회가 있다(亢龍有悔)’는 말에서 후회를 ‘고질적 결함’이라고 해석합니다. 사람이 지위가 높다거나 권력을 잡는다거나 하면 고질적 결함을 야기하고 병폐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높은 지위뿐만 아니라 무슨일에 있어서 고질적 결함을 야기하기 전에, 예를 들어 장사를 해서 돈을 어느 정도 벌면 곧바로 손을 떼라고 합니다. 지위든 뭐든 극에 이르렀을 때란 고질적 병폐로 고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 때이며, 가장 어려운 시기로 여기야 한다고 하지요.
‘사람은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평범한 자리에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얻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얻기 어렵다는 이 말에 밑줄 쫙 쳐놓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더라고 했습니다. 평범하기가 가장 어렵다니요? 이에 대해 학인들은 사람이 ‘수화목금’ 네 가지 기운을 골고루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에 치우쳐 태어났기 때문에 過와 不及으로 살려고만 하더라고 했지요. 평범함은 나의 기질을 조화에 맞추려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德勝氣質’에 있을 뿐이라는 중용의 해석도 생각나기도 하구요. 혹은 고립에 대한 두려움,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과시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평범하게 살기가 쉽지 않더라고도 했습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평상심과 연관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삼가다(愼)’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중용에서도, 주역에서도 하나의 윤리를 찾는다면 ‘愼’이었습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신중함을 모아보면,
‘말과 행동으로 군자가 하늘과 땅을 움직이니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모는 하잘 것 없는 것이지만, 그 쓰임은 매우 중요하다. 신중함이란 비록 작은 수단에 불과하지만 만사에 신중히 처신하다면 영원히 과실이 있을 수 없다!’, ‘군자는 신중하고 은밀하게 처신하여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남회근 선생은 ‘愼斯術也’에서 신중함은 일종의 수단으로, 근신을 쓰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경솔해서도 안 되고, 되는 대로 적당히 해서도 안 되며, 주관적으로 해서도 안 되고, 선입관에 사로잡혀서도 안 됩니다. 오로지 조심해야 합니다.”

학인들은 또 이글에 밑줄을 그으면서 대체 ‘조심하다, 삼가다, 신중하다’를 고민하게 되더라고 했지요. 우리끼리는 신중하다가 ‘무엇 무엇이 아니다’에는 동의를 했습니다. 마음이 쫄아 있거나, 회피하고 지연시키거나, 무엇을 무조건 하지 않거나, 경계가 지나쳐 소심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신중함이 時中과 연관되어 개별적으로 신중함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장소 그 자리에 쓰임이 올바른 것이 가장 조심한 것이 아니겠냐고도 했구요, 오래 하지 못하는 것도 조심성이 없어서라고도 했습니다. 신중함은 ‘久, 誠’과 연관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남회근 선생은 신중하지 못했을 때로 선생한테 오만하게 굴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저는 자신의 의지로 무엇을 하겠다는 판단이 오만이고 신중함을 따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6강 후기를 마칩니다. 다음주는 10장부터 하전 4장까지(448쪽까지) 읽어 옵니다. 남회근 선생이 말씀하시는 범위가 광범위하고 어렵지만, 우리 나름대로 각 장마다 한문장이라도 잡고 가자고 했던 약속 잊지 마시고요. 토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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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2 10:50
    역쉬~ 반장님~^^ 엄청나게 큰 언어들이 중계세미나에서 훅훅 들어오는데...한주한주 지날때 마다 생각하고 잊고 잊고 생각하고를 반복합니다..이번주는 평범함에 꽂혔네요~ 이번주는 평범함을 가지고 생각나는한 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