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기너스 세미나

뉴비기너스 시즌 3 : 7주차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10-03 18:47
조회
135
 

지난 시간에는 플라톤의 《국가》 3, 4권을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2권에 이어서 소크라테스는 아데이만토스, 글라우콘과 함께 ‘아름다운 나라’의 밑그림을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2권 후반부부터 소크라테스는 통치자와 수호자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3권에서는 그 논의를 본격화하여 어린이의 교육에 대해 논의합니다. 시가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인들로 하여금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시를 짓도록 해야 하는지, 체육 교육은 몸을 위한 것인지 혼을 위한 것인지, 어떤 시험을 통하여 완벽한 수호자들(통치자들)과 그들의 보조자들을 가려낼 것이며 그들 사이의 무분별한 신분 이동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 등등. 4권에서는 수호자들로 선발된 자들의 금욕적 생활은 어떤 점에서 정당화되는지, 지금 논의되고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지혜, 용기, 절제의 덕목들을 찾아볼 수 있을지, 그리고 국가로부터 발견한 이러한 탁월함들을 개인으로부터도 발견할 수 있는지를 논합니다.

소크라테스와 아데이만토스, 글라우콘의 논의 가운데 반복되는 주제 중 훌륭한 국가에서 “각자가 한 가지 일을 하므로 ‘양면적인 사람’도 ‘다방면적인 사람’도 없다”(211쪽)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계속해서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올바름과 연관시키고, 무절제를 낳는 다양성을 비난하며 절제를 낳는 단순성을 찬미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해야만 한다는 이 말이 조금 억압적으로 들렸습니다. 마치 올바른 국가의 상을 두고 그 완벽한 형태를 완성하기 위하여 개인들을 부품 취급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니까요. 분명 이러한 말은 우리의 동시대적 감수성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은 ‘너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라는 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말은 일종의 명령처럼 기능하기도 합니다. 이때의 가능성이란 언제나 ‘더 나은’ 무엇이 될 수 있는 잠재성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것,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물색하거나 더 고급진 취미를 계발하지 않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 되어버리죠. 우리에게 부과된 무한한(것으로 가정된) 가능성과 수많은 선택지들을 우리는 자유와 동일시합니다. 그런데 혹시 우리는 우리의 족쇄를 자유와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소크라테스가 3권 말미에서 언급하는 신화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훌륭한 국가가 그 틀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일종의 창조신화를 믿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신화인가 하면, 신은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통치자가 되어야 할 자들에게는 황금을 섞고, 통치자의 보조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은을 섞고, 농부들이나 장인들에게는 청동을 섞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모두가 같은 속성(흙)을 지닌 형제들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역량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평등하지만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각의 기능을 다하며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평등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가 같은 것을 욕망하고, 동일한 생활방식을 따르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청동의 속성을 타고난 사람은 사람들을 다스리는 일을 목표로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박탈감을 느낄 필요도 없는 것이죠. 인간의 역량이나 잠재성은 평준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평등에 대한 우리 시대의 전제를 질문하며 읽다보니, 놀랍게도 처음에는 ‘수저 계급론’을 떠올리게 했던 이 신화가 상당히 합리적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라는 텍스트와 지금 우리 시대 사이에 놓인 시간적 격차가 이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격차가 있기 때문에 고대의 텍스트들은 우리 시대의 자명성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거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국가》 5, 6권을 읽고 세미나를 합니다. 간식은 성희샘께 부탁드립니다. 그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전체 1

  • 2021-10-04 16:05
    지금의 수저론은 부모, 또는 조부모의 재산의 多少 를 말한다면 <국가>에서 말하는 황금, 은, 청동을 섞어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구별하는 것으로 당시 그리스 사회의 신분제를 옹호하는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