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세미나

[청문회] 2학기 6주차 공지 '정치가 필요한 이유'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7-20 20:51
조회
142
공지가 늦었네요! 다음 주에는 《농경의 배신》 2장까지 읽고 메모해주시면 됩니다. 소정쌤께서 본인의 문제의식에 맞게 텍스트·토론 내용을 정리해주셨으니, 저는 토론 때 나왔던 쟁점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국가 없는 사회》를 매우 거칠게 요약하면, 인류학적으로 ‘국가 없는 사회가 국가 있는 사회보다 열등하지 않다. 그 사회에도 나름대로 정치적 테크닉이 작동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교하다’는 것을 분석하는 텍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러한 분석이 클라스트르 본인의 문제의식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미 서론에서 폭력과 억압이 아닌 다른 형태의 권력을 상상할 수 없는지 제기하긴 했지만, 클라스트르가 어떤 문제를 돌파하고 싶은지 좀 더 듣고 싶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답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유독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클라스트르의 문제의식을 함축하지 않나 싶은데요. “최초의 풍요로운 사회인 원시사회는 과도한 풍요로움을 향한 욕망을 허용하지 않는다.”(253) 클라스트르는 선형적 역사관, 과거에서 미래로 향할수록 진보한다는 관념을 비판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국가도 형성된 시대가 과거보다 더 풍요로워야 하는데, 실제로 우리는 빈곤하고 비참해졌습니다. 그것은 과거에서부터 지속된 것일까요, 아니면 근대 이후에 발명된 것일까요?

클라스트르는 ‘국가’라는 집약적 권력의 등장과 함께 발명됐다고 봅니다. 이 지점에서 지난 학기에 읽었던 일리치가 떠오르네요. 그는 《그림자 노동》에서 필요를 창출하는 현대화된 가난을 분석했죠.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이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물질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클라스트르와 일리치는 모든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물질을 생산하고 다루는 데에는 이미 권력이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양적으로 더 많은 물질을 누려도 이전보다 더 빈곤해진 것도 정치권력이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클라스트르는 여기까지 문제를 던져줍니다. 이 다음은 저희의 몫이지만, 여기까지 이해하는 데에도 힘이 들었네요. ^^;;

그래도 점점 더 정치가 어떤 맥락에서 요청될 수밖에 없는지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익숙해지고 있으니, 《농경의 배신》에서는 좀 더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시간이 기대되네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