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10.20 인생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10-16 23:35
조회
110
3주간 인생 세미나 팀은 <가이아>를 읽으며 그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가이아>는 시대착오적인 책일까? 극단론일까? 아니면 덕은 있지만 '독'도 갖춘 위험한 책일까? 하지만 이렇게 <가이아>가 좋은지 나쁜지 우리끼리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안에 '순수하고 깨끗한 자연'이라는 관념을 깨고 싶지 않은 반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이아>에 의하면 자연은 깨끗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으며 인공적이라고 생각되는 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까지 모두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왜 '순수한 자연'을 고집하려고 하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이아>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인간에게 '오염'이라 규정된 현상들이 가이아 입장에서도 그럴까? 오히려 지구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이 말은 우리의 허무주의를 자극합니다. 갑자기 그간 했던 노력이 별 것 아닌 것 같고, 막 살아도 되겠다는 삐딱한 생각을 하게 만들죠. 완벽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놔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 허무주의의 곁에는 인간중심주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인간이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는 독단적인 생각이죠. <가이아>의 질문은 우리가 선함으로 포장한 것이 얼마나 무지와 불안의 산물인지 깨닫게 합니다. '오염'은 어디까지나 인간 입장에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아니, '오염'을 인간이 감히 판별할 수는 있을까? 우리는 어떤 기준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는 거지? <가이아>는 딱히 인간이 할 일이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질문을 시작으로 다시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생명이란 감응능력을 지닙니다. 항상 다른 것들과의 관계 안에 있지요. 그 관계를 의식하고 느낀다는 것 자체가 생명활동, 엔트로피의 감소를 불러옵니다.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멀고 가까운 것, 호와 불호, 일치와 불일치를 느끼고 정리한다는 것이니까요. 이 정리의 능력 자체가 지구를 화성과 달리 생명이 있는 곳으로 만들고, 하나의 생명활동체 '가이아'이게 했습니다. 인간 역시 가이아의 생명활동의 일부로서 그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조절기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인간을 본다면, '오염'을 감소시키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인 것 같습니다. 관계를 맺고 교감하는 것은 사이버네틱스 시스템, 다종간의 관계가 이루어내는 생명활동이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가이아> 마지막 부분에서 러브록은 인간의 후손이 고래와도 교감하는, 그렇게 인간이 자신의 인식범위를 넓혀가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복음서 같은 에필로그는 인간이 뭔가를 하기 이전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생동하는 물질> 2장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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