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11.3 인생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10-31 08:05
조회
140

인간의 신체와 비인간 신체 모두가 형성 권력을 행사하며 동시에 그 둘 모두가 그러한 힘이 작용하는 질료로서 나타난다. 식사는 내부와 외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끊임없는 상호변형 과정으로 여겨진다. 나의 식사는 내 것이기도 하고 내 것이 아니기도 하다.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이기도 하고 그것이 아니기도 하다. (135)


<생동하는 물질> 두 번째 시간에는 드디어 우리가 '물질'이라고 할 만한 것을 만났습니다. 바로 음식입니다. 이 책은 음식을 '다른 신체와 경쟁하는 신체'로 표현합니다. 우리는 음식을 영양분으로 판단하는 것이 익숙하고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은 그 자체로 권력을 행사하는 신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사물을 철저히 도구화된 물질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의심하게 합니다. 우린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인간'이' 음식을 선택해서 먹고 거기서 영양분을 취한다고 생각할까요? 소화 과정 자체가 타자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것이 내 일부가 되는 행위이자 내가 그의 일부가 되는 행위인데 말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과 비인간신체는 언제나 상호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힘을 행사합니다. 특히 음식은 하나의 행위소로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음식의 권력을 사유한다는 것은 뭘까요? 음식의 권력을 사유한다는 것은 음식을 둘러싼 배치를 사유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같은 음식이라도 그 음식에 대해 떠올리는 사고 과정은 서로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제철음식인지 아닌지부터 따지지만 누군가는 그것의 포장재와 비용을 생각하지요. 또 누구는 그것을 먹는 행위 자체의 도덕성을 판단하기도 하고요. 같은 물질에 대해 모두 다른 윤리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같은 물질이라도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도 다릅니다. 같은 소재,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도 어떤 것은 손수 만든 것인 반면 어떤 것은 대규모 집약 노동의 결과물이기도 하지요.따라서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물질들은 사실 같은 것들이 없습니다.

물질의 정치라는 것은 이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예민해지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힘들이 나를 관통해가는가, 이것이 나와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결정할 테니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슬로우푸드에 대해 말을 하는데요, 슬로우푸드는 음식의 맛이나 영양소보다는 그것이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운동입니다. 음식이 나와 세상의 연결고리라는 것을 계속해서 자각할 때, 먹는 것 자체는 일종의 정치적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생동하는 물질> 끝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