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림 세미나

몸-살림 5주차 후기(9/7세미나)

작성자
만화
작성일
2021-09-13 23:47
조회
176
 

동의보감 내경편 권2 - 언어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정말 무한합니다. 동물소리를 흉내 내고 기차소리와 휴대폰 벨소리, 심지어 휴대폰 진동소리까지 흉내를 냅니다. 다른 사람의 말소리, 말투를 흉내내기도하고 바람, 악기, 사물 등 인공물의 소리든 자연의 소리든, 지구상의 어떤 소리도 인간은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그만 사람의 몸 어디에서 그렇게 다양한 소리가 나올까요?

동의보감 내경편 언어단락에 오장은 종이나 경쇠와 같아서 매달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불이 바람을 만나면 불꽃이 일어나는 것이 곧 웃음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였습니다. 종이나 경쇠, 불과 바람처럼  오행이 각각 다른 오행을 만나 물리적, 화학적으로 일으키는 반응으로 발생하는 소리와,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는 이치가 같은가 봅니다.

오장이 종이나 경쇠와 같아서 매달아야 소리가 난다 함은 매달지 않고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보통 잘 만들어진 유기나 유리잔에서는 맑은 소리가 납니다만 그 맑은 소리도 눕혀놓거나 다른 물체에 닿게 되면 더 이상 진동하지 않아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장부나 신체도 소리를 낼 때는 진동을 한다는 뜻이고 그 진동이 멈추지 않도록 좋은 자세와 맑은 상태를 유지해야 소리를 잘 낸다는 의미와 상통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먹을 때, 누웠을 때, 길을 걸을 때에는 말을 많이 하거나, 크게 하거나, 웃거나, 소리 내 읽기 등을 경계하도록 합니다.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스토리, 컨텐츠는 어떤 원리를 통해 소리로, 언어로 몸 밖에 나오길래, 때로는 의도적으로 속내와 같게, 혹은 다르게 말하고, 때로는 의도와 상관없이 속내가 저절로 같게, 혹은 다르게 언어화 되는 걸까요? 뇌종양을 몇 년째 앓고 있는 지인의 시부는 요즘 상태가 매우 안 좋아지셔서 입 밖으로 나오는 말과, 하고자하는 말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 합니다. 환자의 의중을 알려면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며칠 지나서야 그 말의 의미가 전혀 다른 내용이었음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이 내 생각, 의도와 같게 내뱉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건강할 때는 그런 것 같습니다만 정말 그런지 생각 해 볼 일입니다.

동의보감에 ‘언어섬망(言語譫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은 스스로 하는 말, ‘어’는 다른 사람의 물음에 답하는 말이며, ‘섬’은 말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라 합니다. 『내경(內經)』의 왕빙주(王冰註)에서는 “섬이란 말을 어지럽게, 함부로 하는 것인데, 자기 혼자 평상시 하던 일을 말하고, 혹은 눈을 뜨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사실을 말하고, 혹은 혼잣말을 하고, 혹은 잠꼬대를 하고, 혹은 신음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심하게는 미친 소리를 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이럼 것을 다 헛소리(譫語)라고 한다. 이런 증상은 모두 위()의 열이 심()에 올라탄 때문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언어는 내가 생각이란 걸 하기 이전에 오장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언어를 만들어 내는 우리의 신체작용에 뇌와 정신은 전혀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닐지 불안과 공포에 앞서 스스로의 하찮음에 무력감이 밀려옵니다.

성음(聲音)단락에 『난경(難經)』에서는 “... 간(肝)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슬프게 나오고, 폐(肺)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기쁘게 나오고, 심(心)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비(脾)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느리게 나오고, 신(腎)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가라앉고, 대장(大腸)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길게 나오고, 소장(小腸)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짧게 나오고, 위(胃)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빠르고, 담(膽)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맑고, 방광(膀胱)에 병이 있으면 목소리가 미미하다.”고 하였습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인간의 언어는 오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 내용이 만들어지거나 왜곡되어지고, 또 오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 그 내용에 감정과 분위기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상대에게 아무리 좋은 감정으로 좋은 이야기를 하려 해도, 내 오장의 상태에 따라 다른 내용으로, 또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내는 언어와 이야기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은 적게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정옥 선생님께서는 동양의 언어와 관련된 조언들을 들려 주시며 양생의 중요성을 역설하십니다. “말을 적게 하여 내기(內氣)를 길러야”(동의보감) 하고, “말이 이치에 맞아야”(명심보감) 하며, “말은 성실하고 진실해야”(공자) 하고, “말과 음식은 신중하고 절제해야,”(주역)하고, “말은 시공간에 맞게 소통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곧 오장의 기운을 기르는 길이며, 말을 잘 하는 방도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옥 선생님께서는 더하여,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호작용이 언어라 말씀하셨습니다. 말만이 언어가 아니라 합니다. 웃음, 노래, 신음, 하품, 트림 등이 모두 언어인 것이지요. 그러니 이 신체작용의 기호들이 상대에게 오해를 일으키지 않고 적절히 전달 되게 하려면 오장의 상태를 잘 살피고 조섭을 게을리 하지 말라 당부하시며 주역의 愼言語 節飮食의 지혜를 강조하셨습니다.

정리하면, 언어란 나 혼자만의 소리가 아닌 타인과의 상호 소통을 위한 것인데, 언어는 소리와 내용 모두 중요하며, 소리와 내용은 모두 오장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받아 진동하고 전달되어 소통을 하게 합니다. 진동은 리듬이며 흐름입니다. 호흡과 조섭 또한 리듬이며 흐름이겠지요. 선생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본인의 일화를 예로 들며 “말이 통하고 싶다면 호흡, 행동, 그리고 자연의 리듬을 맞추는(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한다고 말씀하시고 오늘의 혈자리를 일러 주셨습니다.

문득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에는 제 오장의 어떤 상태가 묻어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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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5 03:59
    헛소리를 하고 욕을 하는 것도 사기가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이고, 말소리가 똑똑하지 않고 말의 끝을 흐리고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것도 심이 화가 차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죠. 양생을 위해서 어떻게 몸가짐을 잘 할 것인가와 더불어 말이 오장의 상태를 표현한다고 보아 양생의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은 <동의보감> 탁월함인 것 같습니다.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