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7월 9일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9-07-06 13:17
조회
147
“근본적으로는 오직 한 사람의 그리스도교인이 존재했었고,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복음’이 십자가에서 죽어버렸다. 그 순간부터 ‘복음’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미 그 유일한 그리스도교인이 체험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 ‘나쁜 소식’, 즉 화음Dysangelium이었다.”(니체, 《안티크리스트》, 책세상, 266쪽)

《안티크리스트》 후반부의 서술은 드라마틱합니다. 예수는 ‘모든 이들은 신의 자식이다’라는 (말하자면) 소박한 복음을 전한 예언자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젊은 나이에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바울을 비롯한 예수의 추종자들은 예수의 죽음을 ‘죄의 희생양’이라는 관념으로 더럽혀버립니다. 예수는 신과 인간의 간격 일체를 부정하고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했는데, ‘대속’이라는 관념이 덧씌워짐으로써 오히려 인간과 신의 절대적 간극을 도입하는 인간의 원죄와 타락이라는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가장 비복음적인 감정인 복수심”(270)에 사로잡힌 예수의 추종자들에 의해 그가 전한 복음은 화음(나쁜 소식)으로 변질 되어버린 것입니다.

니체는 진정한 그리스도교인은 오직 예수 한 명뿐이라고 말합니다. 예수의 부활과 대속을, 오직 ‘예수만이’ 신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믿는’ 건 예수가 전하고자 했던 복음에 전적으로 반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역사 혹은 그리스도교가 해석한 역사를 전복시켜버립니다. 48절에서는 성서의 창세기를 ‘지식’과 ‘회의’에 대한 신의 (사실은 사제의) 싸움이라는 관점으로 패러디하기도 하고, 유럽의 역사를 로마적인 것과 유대적인 것의 투쟁의 관점에서 다시 가치평가 하기도 합니다. 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리스도교를 비판하고 파헤치는 니체를 보면서, 어쩌면 니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문제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자신을 존재하게 한 역사와 전통에 대해 자신의 의무를 다한 유럽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저는 (새삼스럽게도) ‘그리스도교에 대한 니체의 비판은 좀 부당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리스도교의 거대한 전통 안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텐데, 혹시 니체가 너무 극단적으로 또 너무나 간단히 그리스도교를 부정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단지 그리스도교를 ‘악’으로 규정하는 거라면, 그건 니체적이지 않은 태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 그런데 생각해보면 니체는 한 번도 그리스도교 일반에 대해 선하다, 악하다 라는 식의 가치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니체는 어떤 실체로서의 ‘그리스도교’가 아니라 ‘그리스도교적 가치의 가치’를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와 더불어 탄생한 가치들의 세계, 인식의 전제, 그리고 그와 더불어 구성된 존재의 방식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니체는 교회가 모두 없어져야 한다거나 기독교가 악의 축이라는 말을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유럽 문화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기독교적 가치들(죄와 벌, 양심의 가책, 동정, 자기희생의 도덕 … ‘도덕적 세계질서’)이 극복되어야 한다고 말하려 했던 것입니다.

다음주부터는 《이 사람을 보라》가 시작됩니다. 374페이지까지 읽고 오시면 되고, 간식은 한역이형이 준비해주세요~
전체 2

  • 2019-07-06 15:06
    니체가 그리스도교라는 하나의 도구로 자신의 사유를 집약적으로 펼쳐낸 텍스트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부분 속에 전체를 녹여낸 엑기스를 마신 느낌입니다^^

  • 2019-07-06 21:19
    음. <안티크리스트>에서 니체는 그리스도가 출현하고,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의 문맥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나 봅니다. 그리고 문제는 기독교도가 아니라, 기독교도적 가치의 가치를 묻는 일이군요. @.@ 후기를 읽으면서 또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니체는 징해요 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