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7.30 서사본색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7-26 00:43
조회
122
170730 서사본색 공지

이번에 읽은 <서유기> 7권에서는 삼장법사가 또 여난을 당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나무 선인들의 포위를 당하게 되죠. 이건 또 색다른 모습입니다. 보통 '삼장법사=유괴'가 서사본색 세미나의 공식이었는데 그게 아니더란 말이죠. 선인들은 삼장법사를 잘 접대합니다. 그것도 삼장법사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요. 아름다운 시를 논하고 향 좋은 차를 마시고 삼장법사가 좋아하는 유기농 식단을 내 옵니다. 홀딱 빠져버린 삼장법사는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머물며 그들과 시를 주고받지요. 그런데 예상대로 그들은 인간이 아니고 삼장법사는 또 꼼짝없이 살구 선녀에게 장가들게 생겼습니다. 삼장법사에게는 요괴에게 잡혀가 요리되는 것보다 더 큰 고난이 바로 여난인 것 같습니다.
규창이는 삼장법사 일행이 만나는 요괴들은 곧 그들의 마음을 비추는 것이라고 말했죠. 여자라고는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삼장법사에게 가장 큰 고난은 구체적으로 그를 유혹하는 여색이고, 원숭이들 사이에서 왕으로 떠받들어지고 세상 못할 것이 없는 술법의 귀재 손오공에게 가장 어려운 적은 자신과 동류인 도술을 쓰는 원숭이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요괴와 싸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급급했던 삼장법사 일행들에게 서서히 정말 해치워야 할 과제로서 자기 자신이 보이는 것 같네요.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아무래도 조금씩 바뀐 캐릭터들인 것 같습니다. 은남쌤 말씀하시길 손오공이 철들었다! 사과도 할 줄 알고 겸손한 태도도 보일 줄 알게 되었어! 분명히 이전이라면 천방지축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던 캐릭터들이 이제는 불경을 얻으러 가기 위해 원을 세우고 바른 길로 가기로 한 것 같습니다. 매번 돌아가자고 하던 저팔계도 지금은 되도록 요괴들이 없는 길로 가자는 타협안(?)을 내놓는가 하면 억울한 스님들을 보면 바로 구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러면서도 그 스님들이 함께 떠나겠다고 하면 호랑이를 불러서라도 떼어 놓고 제 갈길 가는 삼장법사 일행. 불경을 찾으러 가는 이 길이 곧 수행의 길이자 자신들의 길이라는 것을 자각한 것 같습니다.
스님들을 떼어놓는 장면에서는 불교에서 보살이란 무엇인가 하는 얘기도 나왔어요. 왜냐하면 보살은 대승의 개념일텐데? 구제를 바라는 중생들을 저렇게 무자비하게 뿌리쳐도 되는가? 하지만 무자비함은 우리의 표상일 뿐. 불교는 분명 벗과 함께 하는 길이면서도 결국 자신은 자기가 구제해야 하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보살이나 지장보살은 그때까지 중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지 그들을 다 이끌고 깨달음으로 가는 존재는 아닌 것이지요.
완수쌤께서는 ‘저팔계의 슬픔’이라는 아주 애잔한(?) 제목을 단 공통과제를 써 오셨습니다. 저팔계는 외모 면에서 가장 튀는 존재이기도 하고 욕망이 아주 확실한 캐릭터입니다. 자고 싶을 때는 자고 먹고 싶을 때는 먹어야 하며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죠. 자기가 목적한 바를 명확히 이루려는 손오공과도 다르고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존재감 없이 있는 사오정과도 다른, 겉으로만 보면 아주 탐욕스러운 캐릭터. 하지만 완수쌤께선 저팔계의 욕망이 그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세상에서 기인한다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셨습니다. 무엇인가를 먹거나 혹은 잠에 빠지거나 하는 것은 그의 외모를 보고 먼저 공격하거나 볶는 외부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물론 저팔계의 스트레스 또한 결국은 자신이 넘어갈 문제입니다. 저팔계는 자신의 코로 똥냄새 나는 감을 치우고 자신의 외모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죠. 하지만 또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은 그의 괴상한 외모를 지적할테고 저팔계의 사람들 앞에 나가기 싫다는 투정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구도를 위해서는 결국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저팔계의 그 슬픈 투정인 것입니다.

다음 시간은 <서유기> 8권 읽어옵니다.
시간이 빠르죠? ^-^
간식은 완수쌤

일요일에 만나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