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정원

소세키 『마음』 서평쓰기 8주차 종강 후기

작성자
한경석
작성일
2018-07-30 16:19
조회
241
저번주 7월 28일, 글정 3학기의 8번째 수업을 마치면서 나츠메 소세키의『마음』에 대한 서평 쓰기 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9시부터 시작하여 찌는 듯한 더위를 견뎌가며 오락가락하는 천둥번개 소나기의 배경음 속에서 15편 정도의 최종 에세이를 발표하고 토론하며 오후 4시 넘어서까지 열띤 수업 시간을 보냈습니다.

 
  1. 지난 1, 2학기에 이어 세 번째의 최종 에세이 발표 시간이었는데, 오선민 선생님께서는 이번 시간에 특히 토론 방법 및 토론적 사고에 대하여 강조하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서평을 쓰기 위해 대상 텍스트의 맥락을 이해하고 추상화시키면서 유기적인 글을 만들어 내듯이, 글에 대한 질문과 토론 또한 그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작성 글에 대한 질문과 논제를 던지는 것은 그 글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반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상 글을 문단별, 챕터별, 그리고 전체 글 각각의 차원에서 중심 주제문을 뽑아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전체 에세이 구조를 계층적,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만 에세이의 구성과 맥락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포착하고 개선점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글의 단편적인 부분만 붙들고 비평도 아닌 자신의 이야기만 던지게 되어 토론이 지엽적이고 비생산적으로 흘러가 버리게 됩니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글의 내용이나 글쓴이의 주장이 내 기준에 맞다 틀리다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글쓴이가 논점을 포착하여 진행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 흐름과 맥락에 오류가 없는지 비약이 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글쓴이로 하여금 자기 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해주고 토론 참여자들도 글쓴이가 거쳤던 글쓰기의 과정을 대리 체험할 수 있습니다.
    토론의 역할은 글쓴이가 다음 글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참여자들도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2. 에세이 발표는 유사성 있는 주제의 글 세 건 정도를 묶어 발표하고, 발표글에 대한 질의사항을 받은 후, 발표자가 그에 대해 일괄적으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마음』에서 각자가 포착한 화두가 '근대 속의 지식인', '근대적 변화에 다른 연애,윤리의 재정립', '『마음』과 소세키의 근대적 개인주의와 자기본위', '근대의 발전과 화폐적 가치의 대두' 등의 범주로 묶여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루어졌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거치면서 글들이 연결되고 비교되는 등 보다 유기적인 토론이 될 수 있었고, 작성자도 쏟아지는 질문들을 범주화시키고 분류하면서 정리된 답변을 만드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큰 맥락 속에서 예리하게 후벼 파는 질문들이 많이 나와 기억하고 정리하면서 답변을 하려니 익숙치 않아 많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3. 오선민 선생님께서는 비문 없애기 등 글쓰기의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말씀은 최대한 아끼셨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좀더 노력해주시길 당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각 서평에 대한 개별 총평을 하시면서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들을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이를테면 서평의 핵심은 결국 '작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썼는지, 그리고 지금 왜 그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 전부이니, 이 부분이 서문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고 본문에서 빠짐없이 다루어지고 철저하게 논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문에 포함되는 인용문도 검증되어야 합니다. 최종 에세이니만큼 글쓴이가 착안한 주제에 따라 소세키 작품 외의 인용을 포함시킨 글들도 있었는데, 그것이 서평 대상인 『마음』의 장면 등으로 엄밀하게 논증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인용문을 머리로만 가져와 논리로만 풀려 해서는 안 되며, 철저하게 작품을 통해서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논증과 관련해서, 장식으로 붙이는 수식어, 자기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어휘 사용 등은 읽는 이들은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명심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논증을 거칠 것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논증! 논증!! 논증!!!'


이렇게 해서 6-7월 두 달간 진행된 3학기의 소설 서평 쓰기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마지막 4학기 시평(時評) 쓰기만 남겨두고 있는데, 지난 2-3학기의 고정된 텍스트가 아닌, 당면 이슈 중심의 글쓰기라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다음 학기 개강일 9월 1일(토)은 우리 글정의 막내 박준상 선생님의 경사도 겹쳐서 기분 좋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오선민 선생님과 글정 선생님들 그간 수고 많으셨고 8월 방학 잘 보내시고 9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3학기까지 글정에서 열공하시다가 이제 멀리 터키로 떠나 글정의 명예 회원 및 특파원으로 활동해주실 최경미 선생님께도 다시 한 번 건강 기원 인사 보내드립니다. 다들 고맙습니다.
전체 2

  • 2018-07-30 19:20
    우리 한반장님의 후기는 정말 므흣!
    4학기에는 우리 한샘이 더 무시무시한 글을 쓰시기를 기도, 기도, 에헴!! ^^
    중간에 조퇴생이 너무 많아서 마음에 번뇌의 폭풍이 휘몰아치기도 했지만, 에세이는 2학기보다 훨씬 알뜰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2018-07-31 09:03
    30일이 비었습니다. '으리으리한 두 사탄과 그에 못잖게 비상한 여마두 하나가, 지난밤에, 잠든 인간의 약점을 공격하고 그와 은밀히 교통하기 위해 지옥이 이용하는 그 신비로운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 나는 처음에 그들 셋이 모두 진정한 신인 줄만 알았다.' 황현산 옮김, 문학동네 『파리의 우울』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산문시집, 5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