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정원

9월15일 글정 후기(시평)

작성자
hilde
작성일
2018-09-16 13:12
조회
209
시평 코멘트를 들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조금 감을 잡았나 생각하면 어김없이 맥락을 잡지 못하거나 삼천포로 빠진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 포기하지 않고 계속 힘을 낼 수 있다. 자! 그럼 시평 코멘트 내용을 좀 정리해보자.

먼저 시평時評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자. 시평은 내 얘기를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보는 세계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있는 자리를 다르게 보도록 하는 게 시평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나를 제3자의 위치에 두면 안 된다. 예) ‘내가 지금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어’ 또는 ‘내가 지금 혐오를 받고 있다’는 전제를 갖고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그 문제를 갖고 생각하면서 전개해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내 문제에 내가 고립되지 않도록 유의하자. 내가 혐오의 문제를 바라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써야 한다. 내 문제가 되지 않으면 글을 쓰면 안 된다. 나와 만날 수 있는 문제 지점이 있어야 한다.

다음은 우리가 학인들에게 질문할 때 유의해야 하는 원칙들을 살펴보자. 한 학인의 글에서 관통하는 주제문이 무엇인지 보면서, 글쓴이가 어떤 질문을 갖게 되었는지 파악하자. 그리고 문장을 문제 삼아라. 예를 들어, 이 문장의 논리가 비약한다. 또는 앞뒤의 문장이 관련이 없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등의 코멘트를 주자.

서론에는 ‘나는 이 얘기로 시작할거야’라는 내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핵심어를 가지고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어가 어디에 도착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를 대상으로 쓰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글이라는 게 어떤 거야’라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 예멘 문제로 들어갔지만 내가 하고자 한 얘기는 이거였어, 라는 문장이 있어야 한다. 시영샘의 글을 예를 들면, 글의 시작은 ‘예멘 난민 문제’였으나 그것을 관통해서 ‘어른다움의 문제’로 나아갔구나 하는 지점이 있도록 하고, 내가 가진 전제를 의심할 수 있는 계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나는 이런 이유에서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 그래서 거기서 이렇게 생각이 확장되었다, 라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내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다뤄보자. 글 제목이 ‘외면과 포옹’이라면 나는 무엇을, 누구를, 언제 외면한다고 생각해보고, 포용이라는 단어를 내 생각으로 다시 만들어 보는 게 내가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 단어를 가지고 책임질 수 없을 때는 다른 용어를 찾아야 한다. 내 위치가 선명할수록 구체적 맥락을 갖게 된다. 어떤 문제에서 공감하고 어떤 문제에서 생각을 만들어 가고 어떻게 변하는지를 써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생각부터 써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글(타자와 공감하는 사회를 바라며)에 대한 코멘트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구체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난민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준다는 의미, 배려한다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생각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 배려한다는 것은 두루두루 더 알게 된다는 것이라든지, 또는 난민과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라든지 등의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섬뜩한’ 사실이다.
전체 2

  • 2018-09-17 10:00
    부재한 자는 같이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또 배운 것은 내가 시대에 부재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대에 대하여 언어를 조성하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저 소리만 높았을 뿐 난민 문제 등등 그저 겉핱기였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사유하지 않은 속물의 삶을 여실히 보았습니다. 흑흑

    • 2018-09-18 09:02
      강석 선생님의 시평은 추석 지나고 잘근잘근! 우리 모두 맛있게 먹어보겠습니다.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