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들

영화, 들 여섯 번 째 후기

작성자
보영
작성일
2018-01-24 10:07
조회
195
영화, 들 후기

 

이번 주는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 중에 한 편을 고른 다음, 지금까지 읽었던 들뢰즈의 텍스트를 가지고 영화를 해석해 글을 쓰고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5주동안 전함 포템킨, 라탈랑트, 국가의 탄생, 카메라를 든 사나이, 소매치기 이렇게 영화 다섯 편을 보았는데요, 영화 선택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각 작품을 전부 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를 보았던 순서대로 다시 짚어보자면,

1. 국가의 탄생

은서양은 전함 포템킨을 들뢰즈식으로 읽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직선 운동과 곡선 운동이 드러내는 운동-이미지를 중심으로 두 장면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포탄이 움직이는 장면을 해석한 부분이 흥미로웠는데요, 포탄은 직선이지만 포탄을 움직이는 바퀴는 곡선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직선과 곡선의 오묘한 교차가 있다고 포착한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 안에 사자상이 세 번 등장하는데, 각각 다른 모습 (잠든 모습, 깬 모습, 포효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변화가 있었다네요. 참고로 은서양은 글을 쓰기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전함 포템킨 영화가 나온 이후로 이를 오마쥬한 작품을 상당히 많이 찾았다고 합니다. 사실 어디서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이 영화를 보고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영화인가 싶었는데, 특수효과가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 편집만으로 긴장감을 담아낸 게 다시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인 것 같기도 했어요. 익숙해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은서양의 글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2. 라탈랑트

지은샘은 라탈랑트와 이에 드러난 운동-이미지를 주제로 글을 쓰셨습니다. 비교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어 이해가 쏙쏙 되고 글 내용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선장 장과 줄리엣이 물을 통해 각각 운동-이미지를 구성하고 상호작용한다고 해석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는데요, 영화 중에 '물'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것이 새로운 방식으로 극에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 배경이 바다 위, 배 안이고 물은 흐르는 힘, 이동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둘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에 줄리엣은 물 안에 들어가서 보이는 얼굴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라 말하고, 영화 후반에 장은 실제로 물에 빠져 줄리엣의 형상을 보며 그에 대한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확인합니다. 이 때 물에 빠진 장이 물과 상호작용하며 운동-이미지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또 줄리엣과 운동-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해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자체만 보았을 땐 별로 제 취향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해석한 글을 읽고 다시 떠올려보니 낭만적인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가 조금 좋아졌어요. 편집은 관객에게도 일어난다는 말을 들뢰즈가 했는데, 지은샘의 글이 제가 라탈랑트를 다시 한 번 편집하게 해준 것도 같습니다 ^_^ 참, 언니는 <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라는 책을 추천해주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들뢰즈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해요!

3. 카메라를 든 사나이

저와 건화샘, 예슬샘은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카메라를 든 사나이의 카메라는 인간의 눈에 부여한 특권적인 지위를 해체하고 카메라 자신의 지위마저 해체하면서 여러 사물 속에 눈으로 들어가 사물의 시선에서 보이는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대부분 해석했는데요, 예슬샘은 청각에도 주목하여 처음 삐걱대던 소리가 나고 이후에 "카메라에 귀가 생겼다"는 표현을 한 게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영화가 운동-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는데 건화샘이 지적하신대로 영화는 이것을 담는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운동-이미지인것같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운동-이미지라는건 무엇일까요? 건화샘은 영화들 세미나 글을 준비하며 들뢰즈에게 영화보기란 어떤 일이었을지 계속 고민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정말 들뢰즈에게 영화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직 잘 모르겠고.. 앞으로 알 수 있을거라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남은 세미나동안 들뢰즈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질문을 품고 영화를 보는 시도를 해보면 무언가 보일수도 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 시선을 벗어나는 것, 익숙한 내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제 지각에 제가 부여한 특권을 해체하면 무슨일이 생길지..궁금합니다.

4. 국가의 탄생

혜원샘은 국가의 탄생에 드러난 편집기법과 영화를 통해 극이 역사를 소급하는 방식에 대한 글을 쓰셨습니다. 이 긴 긴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하다 싶었어요. 혜원샘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교차편집인데 관계없는 숏과 숏 사이를 연결해 그 요소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영햐을 주고받는 유기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차편집의 핵심이라 파악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영상을 볼 때 저는 딱히 숏과 숏 사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장면이 전환되면 당연히 둘 사이에 관계가 있겠거니 하고 제가 짐작했는데, (그래서 가끔 다음에 갑작스러운 상황이 등장할 때 당혹스러움을 느꼈는데) 그 사이 빈 간격을 채우는 게 관객의 편집인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5. 소매치기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를 다룬 분은 한역샘입니다. 한역샘은 다음 챕터까지 미리 공부해 열심히 글을 써주셨습니다. SAS의 상황이 SAS'라는 변주된 상황에 이르는 것이 소매치기에 잘 드러난다고 보았는데, 처음에는 소매치기에 성공하던 미셸이 나중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발각되는 식으로 이 구조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외에도 한역샘은 소매치기를 보면서 행동-이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이 부분에 대해 다루어보고싶었다고 하셨어요. "시선 자체에 이미 행위가 내재해있다" 알듯 말듯한 이 말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는데 지각-이미지와 행동-이미지가 영화에 어떻게 드러나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른 영화들을 볼 때도 좀 더 유심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들뢰즈가 말하는 영화, 들뢰즈가 영화를 운동-이미지라고 한 이유는 잘 정리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세미나가 있고 남은 영화가 있지요! 그 시간동안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보는 시도를 해보고, 그렇게 다른 시도를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또 다시 함께 이야기해보면 재밌을것같아요! 그럼 다음시간에는 다시 <시네마 운동-이미지> 챕터 5, 6을 읽고 만나도록 해요! 금요일에 만나요~
전체 3

  • 2018-01-24 16:04
    정말 미리 짠 듯이 서로 다른 영화를 써와서 깜짝 놀랐었죠...ㅎㅎ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5,6챕터에서는 우리가 또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ㅎ

  • 2018-01-24 16:22
    각자 영화를 맡아서(미리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좀 더 집중적으로 얘기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되었던 시간인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이번에 얘기하면서 간격이라는 게 대체 뭔지 모르겠더라구요ㅠㅠ

  • 2018-01-25 11:10
    책을 읽고 강의를 들어도 여전히 개념은 잡히지 않고 영화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어떤 것일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세미나가 있고 남은 영화가 있지요!" 조급해지지 말고 끝까지 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