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들

영화, 들 일곱번째 후기

작성자
예슬
작성일
2018-01-30 00:14
조회
171
영화, 들 일곱 번째 후기

이번 시간에는 지각-이미지(5장)과 감화-이미지(6장)을 동시에 진행하였습니다. 앞선 토론이 지각-이미지에 대한 것이었다면 뒤의 감화-이미지에 대해서는 영화 <잔다르크의 수난>을 통해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제5장, <지각-이미지>와 운동

“그 전의 영화는 운동-이미지, 즉 사진단위로 구성된 이미지, 운동을 갖는 평균적 이미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아직 인간적 지각에 연루된 이미지였으며 편집을 통해 그것에 어떤 처리를 가하든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편집이 이미지의 구성원소들에까지 개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58)

5장 후반부터 모임에 참여했던 저는 “분자적 간격을 보게하는 일”이라는 문구로 인해 간격에 대한 토론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부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간격보다 “운동”을 중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건화쌤의 포인트, 그리고 이미지 내 요소들의 운동과 “운동을 초월한 진동 등의 추출 (점멸편집)”의 중요성에 대한 혜원쌤의 의견으로 지각-이미지에서는 이미지 요소의 운동과 속도를 통한 그 의미의 추출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간격에 대해 한역쌤은 또한 “간격은 이제 운동이 멈추는 지점, 그리하여 그 정지로써 역행과 가속, 감속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 이라는 설명을 보충해주시면서 지각-이미지에 대한 토론을 마쳤습니다.

제6장, <감화-이미지>를 통한 잔다르크의 수난 해석

그 후 <잔다르크의 수난>을 보며 감화-이미지에 대해서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무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봤던 영화 중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가장 돋보여서인지, 신우쌤의 표현을 빌리자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명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의 인물들은 계속 클로즈업되면서 그들의 표정이 확대되어 보이는데, 등장인물들의 표정만으로도 영화의 스토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표정을 중점으로 촬영이 된 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신후쌤은 잔다르크가 화형당하는 장면에 대해 다른 영화인들이라면 충분히 욕심낼 수 있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상반신과 얼굴을 중점을 촬영한 것이 마치 관객이 그녀의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당시 영화의 촬영 기법이 현대에 비해 상당히 제한 적이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할 때, 배우의 얼굴 연기를 중심으로 한 촬영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는 은서쌤의 관점이 있었고, 보영쌤 또한 재미있는 관점을 제시하셨는데, 잔다르크의 상반신이 중점적으로 촬영된 이유는 그녀의 얼굴만으로 집중하여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일 것 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과연 표정만으로 전달하는 것이 과연 그 외부를 상상하기 위한 의도인지, 그 자체만으로도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인지 생각해 보았고, 이렇게 클로즈업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된 것은 그 클로즈업이 가지고 있던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얼굴을 넘어 그들의 몸의 부위, 그리고 심지어 사물까지 클로즈업되던 장면은 어떻게 책에서 관점이 제시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어째서 몸의 일부, 턱, 윗배 또는 아랫배가 결정적인 얼굴 또는 반성적인 얼굴 전체에 비해 더 부분적이고 시공간적이며 덜 표현적이라 할 수 있는가?...그리고 무슨 이유로 표현이 사물들 속에서는 안 일어나겠는가? 사물들에게도 감화가 있다.” 184 페이지에서 언급되듯, 사물에게도 감화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실제로 영화에서는 잔다르크가 고문실에서 직접적으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아닌, 기구들의 날카로운 날과 가시가 돋은 휠이 클로즈업되어 위협적으로 회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는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갈라버리는’, ‘째어내는’, 심지어 ‘꿰뚫어버리는’ 특질을 보여주며 얼굴 전체만큼이나 관객에게 큰 감화 작용으로 전달이 됩니다. 이렇게 사물을 통해서도 감화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며, 지은쌤은 “시공간적인 모든 좌표들로부터 추상화”된 공간에서 특히 이런 사물의 선과 모습이 더욱 관객에게 강하게 전달된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영화 소매치기에 대한 단상

마지막으로는 신후쌤의 <Pickpocketing the sight of Deleuze through Bresson> 글을 읽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신후쌤의 흥미로운 관점들을 ‘peeking’ 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소매치기라는 영화는 확실히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손놀림”처럼 큰 감정선 없이 진행이 되며, 주인공의 도덕적으로 판단 받을 수 있는 범죄, 소매치기 행위와 그에 정반대 되는 사랑에 대해 “어떤 가치가 우선 순위로 선택되는지를 지속적으로” 뒤바꾸며, “동시에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는 이 혼재된 선택 중 옳은 것을 건져 올리는 주체가 아닌, 혼재한 이미지 그 자체의 일부가 되어버린다”는 글에서의 표현처럼, 도덕적인 판단과 옳고 그름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리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렇게 혼재되는 변화들의 사이에서 어떻게 “현재”라는 관점의 선을 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흥미로웠습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여러 변화 속에서 어디까지가 저의 과거인지 선을 긋기가 어려웠는데, 그 이유는 하루는 그 선이 그어져 있다가도 또 그 다음날은 다시 선이 희미해지는 현상이 마치 열심히 분필로 그어놨더니 바람에 가루가 휭 날려버리듯 바뀌는 것 같아 참 이런 기준이 어렵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체 3

  • 2018-01-30 08:47
    예슬샘이 제시해준 제품 프레젠테이션 예시도 흥미로웠죠~ 배경이 하얀색일때 제일 제품 본연의 성질을 잘 보여주는데, 이것으로서 감화-이미지의 탈영토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ㅎㅎ

  • 2018-01-30 10:07
    사물에도 감화가 있다는 들뢰즈님 말씀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그 얼굴~!

  • 2018-01-30 10:47
    예슬샘 후기 덕분에 함께하지 못한 토론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명작이라니 ㅋㅋ 잔다르크의 수난도 꼭 챙겨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