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11.14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21-11-10 13:06
조회
273

이번 시간에는 건(乾)괘와 곤(坤)괘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두 괘의 괘사에는 모두 원형이정(元亨利貞)이 들어갑니다. 다만 곤괘에는 정(貞) 대신 빈마지정(牝馬之貞)이 붙지요. 건괘와 곤괘는 64괘를 함축하고 있으며, 어쩌면 두 괘에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모두 들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과 양은 무엇이고 그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건과 곤을 보면서 알 수 있지요.

건괘의 단사를 보면 '크다(大)'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곤괘의 단사에는 '지극하다(至)'라는 말이 있지요. '크다'와 '지극하다' 모두 양적으로 환원 불가능한, 지극히 크고 광대한 우주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주역>에서는 종시(終始)가 없다고 표현하지요. 모든 것은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순간을 딱 잘라서 그 정지 순간만을 사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변화를 사유하는 것이 어렵지요. 가령 기독교의 창조론은 신이 이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로고스에 대한 단단한 믿음은 변화하는 세계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기독교의 역사는 이 모순을 푸는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은 변화하는데, 그렇다면 신은 창조 이후에도 계속해서 만물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니까요. 창조의 '순간'에 주목하는 창조론은 아무래도 변화를 사유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언어를 쓰며 사유하는 구조 또한 이 창조론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생성이 아닌 고정된 '순간'을 사유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건 사물간의 고정된 위계를 상정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건과 곤을 읽으면서 고정적인 사유를 하면 '건이 먼저 가고 곤이 따른다'는 말을 무심코 위계적으로 읽기 쉽지요. 하지만 <주역>에서 물(物)은 인간과 동물, 식물, 광물을 모두 포함하는 '만물'을 지칭합니다. 만물은 평등하게 서로가 서로를 포함하고 있지요. 가령 <주역>에서는 곤이 건을 따른다고, 순(順)이 곤의 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음과 양은 사실 하나(태극)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건과 곤이 하나의 온전한 항으로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곤이 건을 따르려면, 곤 자체에 건의 덕이 내포되어 있어야 하고, 그 강건함이 있어야 만물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64괘의 모든 효들은 이 건과 곤의 도가 내재되어 있지요. 음과 양의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어쩌면 <주역>을 읽는 시작이자 전부인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공부하며 글을 써 보아요:)





다음 시간에는

-건(乾)과 곤(坤)괘를 꼼꼼하게 읽고 공부해 옵니다.

-에세이에서 중심적으로 다룰 괘 하나를 꼼꼼하게 분석한 글을 써 옵니다.


앞으로의 일정 : 7주차에 에세이 초고를 완성한 후 수정을 거쳐 10주차에 발표하는 일정입니다. 가보자구요:)


이번 시간 후기는 정옥샘.

다음 시간 간식은 정우샘, 재복샘.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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