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11.21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11-17 22:58
조회
312
이번 시간에는 중심괘를 파 보는 글을 써 와서 에세이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심괘'를 아무래도 정답으로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핵심괘는 내가 처한 문제상황을 잘 보여주는 괘로 봐야 앞으로 에세이를 써 나갈 때 이리저리 굴려(?) 볼 수 있을텐데 이상적 상황을 가리키는 괘를 가지고 와서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한 시간이었습니다. 채운샘은 질문을 부분적으로 던지지 말고 내 상황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도록 크게 질문을 던져 보라고 하셨지요. 부분적으로 질문을 던지면 괘를 너무 기계적으로 해석하게 될 수도 있다고요. 다음 시간에는 핵심괘를 두고 그것이 품고 있는 여러 괘를 함께 보는 시간이니만큼, 더 입체적으로 내 상황을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간 강의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주역>의 천지관이었습니다. <주역>은 '시작'이랄 게 없지요. 대뜸 하늘과 땅이 있고, 그 사이에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걸 누가 계획하거나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세상은 천지만물이 베푸는 운동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 게 <주역>의 세계인 것입니다. <주역>의 무시무종, 증여로 시작되는 세계에서는, 사(私)라고 하는 관념이 그야말로 '삿된 것'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천지 사이에서 사는 것, 공부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공적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는 확실히 서양의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것'이라는 문화가 동양에서는 지양되기 때문이죠. 반면 서양에서는 정념조차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고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정념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운 일로 여기죠. 아무래도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두드러지는 영역 중 하나가 정념 표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삿된 것'이란 생각이 문화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죠. 이런 문명사적 차이 속에서 <주역>을 본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 세계관에 대적할 만한 새로운 것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시간에는 핵심괘를 두고 지괘, 도전괘, 교호괘를 뽑아서 분석한 글을 써 오는 것입니다.


이번 후기는 소정샘.

다음 시간 간식은 은정샘, 호진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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