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와 글쓰기

9월 8일 수업후기

작성자
초료
작성일
2019-09-18 20:49
조회
183
1.정신의 담음이 쌓이지 않게 하라
공부를 너무 산만하게 하고 있다. 이것저것 다 때려 넣어 소화도 못 시킬 말들을 뱉어내고 있지 않은가. 내 경험 하나를 붙잡고 전일 하게 사고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이 많기 때문이고 교만하다는 증거다. 하나를 붙잡고 질문을 하고 텍스트를 찾아보고 소박한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맹자나 장자는 위대한 담론들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의 생활에서 되물어져야 한다. 내 경험에서 작동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부하면서 책은 책대로 쌓이고 내 욕망은 욕망대로 가져가면 정신의 찌꺼기가 쌓일 뿐이다. 신체에 찌꺼기가 쌓여 담음이 되듯이 정신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는데 내 욕망 때문에 괴로워한다면 공부가 번뇌이고 담음이다. 담음이 병을 불러온다. 신체가 소화하듯 정신도 소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 시간은 내 생활 속에 같이 작동되고 있다. 소화가 되고 있다는 증거는 나의 판단, 나의 욕망, 나의 분별력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살아가는 방식이 매번 똑같다면 전혀 소화가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 공통과제를 짚어보면,
가. 동양 고대철학에서 자유라는 말은 없다. 당연히 맹자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없다.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근대 번역어이다. 자유라는 개념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걸 따지고 묻다 보면 자유가 서양에서 도덕이나 윤리와 연관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근대 계몽철학자들 특히 칸트는 모두가 따라야 할 보편적인 도덕법칙을 공공선이라 하여 공공선과 개인의 삶이 일치할 것을 주장하였다. 자유의지와 보편적 도덕법칙이 일치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다. 맹자에게 자유라는 말은 없지만, 자유라는 비슷한 상태를 도출해 본다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맹자에게 자유를 찾기 전에 자유라는 개념에 대해 나에게 먼저 묻고 들어가야 한다.
나. 번역된 책을 읽을 때 원어를 같이 병기해 주었다면 원어에 대해 찾아보고 저자의 맥락을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 특정한 단어에 꽂혔다면, 그 단어와 연관된 자신의 개념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다. 맹자는 정치의 핵심이 仁이라고 하였지 맹자가 언제 仁만으로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하였나? 이럴 때 사회가 안정됐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어떤 정도가 되면 안정됐다고 느끼는가? 안정이나 발전, 편리함에 깔린 전제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라. 줄리앙이 맹자로부터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중국에서 도덕이 제도화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나? 줄리앙은 윤리의 토대가 되었던 서양의 계몽철학과 맹자를 비교해 보니 맹자에게서 계몽철학과 다른 지점이 발견되고 그 다른 지점에서 도덕이란 무엇일까를 사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럴 때 윤리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도덕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나. 큰 줄기를 이야기했는데 잔가지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자기 마음속에 형성된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2.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윤리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법과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을 보고 윤리적인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로 산다고 할 때 올바르게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이란 끝내는 ‘자유’와 연관되어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혹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자유자재’한지 물어야 한다. 맹자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본다면 ‘편안하다’(安)이다. 나 자신이 어떻게 편안하고 평온하게 외부에 흔들림 없이 살아갈 것인가가 윤리적 삶이고 이것이 곧 자유이다. 맹자의 仁은 居함에 편안한가를 묻고 있다. 맹자는 측은지심이란 내 마음의 단서를 외적으로 확장하라고 하며, 친친에서 시작하는 그 마음을 사회적 관계로 확장하라고 한다. 윤리적으로 사는 것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성에서 시작하여 관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가 대립하는 것으로,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당위가 충돌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다. 개체와 전체의 적대적인 대립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세계를 금지나 명령, 참고 사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맹자는 개인의 삶과 전체의 삶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良能), 생각하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것(良知)이 누구에게나 있으며, 이것을 외부로 확충하는 것이라 했다. 양지와 양능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을 찾기 위해 거꾸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적 관계가 나에게 스며들 때 나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내가 경험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의 양지와 양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윤리의 문제는 나의 본성을 회복하는 문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관계의 문제는 스피노자에게도 윤리와 연관해서 아주 중요했다. 스피노자에게 윤리란 내가 어떻게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속에서 느끼고 인식하는 것이 자신의 전부라고 보았다. 관계가 없으면 윤리적으로 살 수 없다고 하였으며, 내가 어떻게 타자와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자유의 문제라고 하였다. 스피노자는 나를 살게 하는 무수한 힘들 속에서 자신의 힘을 어떻게 긍정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자신을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관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에 있다. 자신을 낯설게 보기도 하고 자신의 결점을 보면서 수선하듯 닦아나가는 것이다. 닦는다는 것은 길을 닦는 것과 비슷하다. 매일매일 걸어서 길을 만들 듯이 실천한다는 의미가 있다. 수신을 강조한 이유는 자신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내 마음 하나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가 생을 기르고 생을 보존하는 문제였으며, 양생과 전생은 맹자와 장자에게 공통적인 가치였다. 혼란한 시기에 생을 보존하는 것은 자신의 중심을 잘 지키고 살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는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다. 자기중심이 없이 화 기운에 이끌려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이 우리 시대가 아닌가.
맹자나 장자를 읽으면서 자기중심을 못 잡는 것은 일상에서 사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에 대한 고민이 들지 않나. 언어에 대해서 고민한 만큼 생각이 진척이 있는 것이다. 대인의 학문을 공부하면서 일상적으로 번역을 못 해내고 있다. 내 언어로 붙지 않기 때문에 공부한 것과 실천이 따로따로 있다고 여긴다. 다음 학기 과제는 “인, 의, 양지, 양능, 존심, 향원, 성인, 대인, 대장부, 부동심, 기” 등 모든 용어를 풀어내는 것이다.

9월 22일 공지입니다.  "장자 고대중국의 실존주의" 복영광사 지음 책을 읽고 공통과제 써옵니다.
전체 1

  • 2019-09-20 08:30
    예~~전에 강시선생이란 영화를 봤을 때 거기서 생전에 쌓은 담 때문에 강시가 된다고 했던 얘기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ㅋㅋ 찌꺼기 안 쌓으려고 공부하는데 공부하면서 찌꺼기가 쌓이고 있다니... 흠흠;; 이번 학기부터 그동안 건너뛰었던 개념들을 건드리게 되었네요. 벌써부터 자신이 없어지지만... 끙끙대면서 같이 풀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