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와 글쓰기

10월 20일 장자와 글쓰기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9-10-16 21:06
조회
136
선생님들, 에세이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겠습니다. 아무리 저희가 ‘즐거운 장자팀’이라지만 “모든 팀 중에서 가장 게으른 팀”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즐거워할 수는 없습니다. 또 맹자, 장자를 얼마나 읽었는데 발로 쓸 것 같은 느낌이 엄습했습니다...! 채운쌤이 다시 에세이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일단 큰 주제는 다들 받으셨으니 글의 입구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문제를 정교화해서 가져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문제가 맹자와 장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문제화할 수 있는지 키워드를 정하시고, 맹자와 장자가 ‘나’를 통해 만나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대략적인 틀에서 각자 맹자와 장자를 읽으면서 본문과 그에 대한 노트를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한 번에 할 수 없으니까 매일매일 정리하시고,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 숙제방에 올리도록 하죠. 세미나 시간에는 각자의 주제에 맞게 본문을 해석했는지를 코멘트하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꼼꼼하게 읽고 정리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세미나 시간을 누려봅시다. 결의를 다지며 이번 주는 간식을 건너뛰겠습니다. 그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각자의 에세이에 대한 코멘트는 잘 정리됐을 거라 생각하고, 강의 시간에 설명해주신 푸코의 ‘자기배려’를 정리해볼게요. 푸코는 사목권력을 분석하면서 사람들이 안식의 근거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을 질문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행위로부터 만족을 느끼기보다 행위를 정당화할 이유를 외부에서 찾을까요?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만 스스로를 평가할까요? 푸코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스스로의 진실의 주체가 되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선한 행동이라고 알려진 외부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스스로의 행위양식을 발명했습니다. 행위양식의 발명이란 내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들에서 스스로를 통치하는 기술의 발명을 말합니다. 그 관계들은 음식, 운동, 섹스, 우정 등등입니다. 무엇을 먹고, 언제 어느 만큼의 몸을 단련하고, 어느 계절에 섹스를 하고, 누구와 우정을 맺고... 그것은 무엇이 좋다고 주어지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는 행위들을 발명하는 일이었습니다. 행위양식의 발명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근원이었고, 행위양식대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진실의 주체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진실을 생산하는 자들만을 고귀하다고 여겼습니다. 반대로 자신을 통치하지 못하는 자들, 예를 들어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악한 것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들로 취급됐습니다.

그리스인들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보편적 생활양식에 합치될수록 고귀하다고 여깁니다.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돈이 있는 삶을 좋은 삶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많은 돈을 누리기 위해 일합니다. 저도 돈이 없는 것보다는 돈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돈을 우월한 가치로 설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통치할 기술을 발명하지 못합니다. ‘돈’이라는 외부 가치가 삶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자기 통치가 고귀한 자들의 징표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기 통치가 어렵고, 드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공자, 맹자, 장자의 텍스트를 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군자로 살아가기보다 자신의 사욕에 휩쓸리고 인위를 저지르는 소인의 삶을 선택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 통치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고귀하고 드문 것 같습니다.

자기 통치하는 삶, 보편적 가치 기준으로 나의 삶을 규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유일무이한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푸코는 이를 ‘실존의 미학’이라고 불렀습니다. 삶과 유일무이한 관계를 맺기. 다시 말해, 삶을 유일무이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의 진실을 생산하기. 푸코의 관점을 빌려서 맹자와 장자를 우리에게 유용한 사유의 도구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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