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와 글쓰기

11월 10일 강의 후기

작성자
지현
작성일
2019-11-10 21:34
조회
158
장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학인 분들이 기말 에세이 발표를 준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6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서론 쓰기’에 번번이 걸려서 주저앉고 있지요. 지난  6주 동안(매년 에세이 발표를 앞두고)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서론과 제목, 개요쓰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서론 쓰는 법

우선 자기 문제를 대면하겠다는 용기를 갖고 그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에 나는 문제에 대해서 ‘~식’의 해결방식을 고수하려고 했으나, <맹자>와 <장자>에서 다른 접근 방식이 보이더라는 지점까지 도달해야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인식에 비판을 가할 수 있습니다.

비판은 불평불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의심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미망이나 고정관념에 균열을 가하게 위한 도구로 푸코가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활방식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말이지요.

문제의 답안으로 고전 철학을 가져와서 반성문을 쓰자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를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로 확장시켜서 한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갖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에세이 출력하는 순간까지  마음에서 꼭 붙들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개요 쓰기

서론이 ‘문제 제기와 어떤 방향으로 쓰겠다’라는 좌표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개요는 ‘경유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챕터 구성, 거기에 알맞은 제목, 내가 인용할 구절, 어떤 전제들과 싸우고 있는지가 드러나게끔 쓰는 것이라고 선생님께서 당부하셨습니다. 이런 개요를 우리가 다 완성해서 다음 주 세미나 시간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부디, 제발~) 뼈대를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든 완성만 해보겠다며 해파리같이 흐물흐물한 글만 써왔던 저로서는 ‘개요 완성하기’가 큰 도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제목을 붙여라!

제목은 주제와 관련되게끔 쓰되, <맹자>, <장자>의 개념이 들어가서 내용이 유추가 되도록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텍스트를 장악하고 있어야 내 글의 제목도 붙이고 남의 글 제목도 서로 코멘트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연구실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지원의 글을 인용하면서 오늘의 강의 후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글을 잘 짓는 자는 아마 병법을 잘 알 것이다. 비유컨대 글자는 군사요, 글 뜻은 장수요, 제목이란 적국이요, 고사의 인용이란 전장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요, 글자를 묶어서 구(句)를 만들고 구를 모아서 장(章)을 이루는 것은 대오를 이루어 행군하는 것과 같다. 운(韻)에 맞추어 읊고, 멋진 표현으로써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울리고 깃발을 휘날리는 것과 같다.…

-박지원,「소단적치인」에서

* 『언어의 달인 호모로퀜스』에 인용된 부분 중 일부만 옮겼습니다.

+사진 추가



일요일 장자와 글쓰기 시간이 어느새 단촐해졌습니다. 허허...
내년 주역과 글쓰기를 산뜻하게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장자와 글쓰기를 잘 마쳐야 할 텐데요...
주역과 글쓰기의 반장님이신 은남쌤은 이번 시간 따끔한 코멘트를 받고 옥루를 보이셨습니다.
쌤에게 향한 코멘트는 저희 모두에게 향한 코멘트입니다. 아픔도 같이 나눠요. 같이 힘내요. 엉엉.



하지만 상원이가 '철학하는 엄마'를 존경한다는 얘기를 살아나셨습니다. "학교에서 엄마를 존경한다고 했대. 이유가 엄마가 철학해서래!" "그런 얘기 들어봤어!?"
정옥쌤은 이미 들으셨는지, 그 얘기 또 하냐, 나는 그 얘기 또 들어야 하냐라고 질색을 표하셨고 채운쌤은 저 아줌마 좀 어떻게 해라라고 하시며 자리를 피하셨죠.
위협적인 숟가락 움직임을 보여주셨지만 저는 기운을 차리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밥 한끼 잘 먹고, 한바탕 크게 웃고, 잘 자면 되죠.
'철학하는 엄마'답게 에세이도 즐겁고 경쾌하게 완성하시길...!



마지막은 저희의 자발적인 나머지 공부입니다. 여즉 서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데요. 진도 좀 빼려고 남았는데 어느 정도 썼을지는 비밀입니다. ㅎㅎ;;
전체 1

  • 2019-11-11 18:20
    하하... 에세이 쓰기가 고되지만 몇 주 남지 않았네요. 지지부진한 것도 고통스럽고, 에세이가 얼마 안 남은 것도 고통스럽고...!! 차분한 마음으로 맹자와 장자를 다시 펼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