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11.15일 세미나 후기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8-11-18 18:21
조회
146
이번 주는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 <1부 인간의 문명 일반>을 읽었습니다. 세미나 중 이븐 할둔이 말하는 역사와 역사가의 작업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와 함께 그가 역사와 관련해서 신을 어떻게 요청하는가 하는 문제도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에 전자에 관한 이야기 중, “이븐 할둔은 어떤 사건에 대해 ‘신빙성이 있는가 없는가’, ‘현실인가 비현실인가’를 따진다기 보다 그 사건을 ‘설명 할 수 있는가’”하는 점에서 역사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는 건화의 의견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 설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븐 할둔에 따르면 역사학자는 단순한 정보를 전달을 하는 역할이 아니라, 모든 현상들의 이유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갖추고 사건들의 기원을 인식한 후 전승되어온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식이란 “정치의 원리와 사물의 성질은 물론 민족이나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생활방식, 성품, 관습, 교파, 학파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이븐 할둔 《역사 서설》48쪽)”를 알고, 나아가 오늘날의 상황까지 모든 방면을 포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걸 보면 역사학자에게 알파고가 되라는 건가 싶지만, 단순히 많은 정보를 알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븐 할둔에 따르면 사건의 정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신에 의한 영감’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신께서 역사가들을 이 학문의 길로 인도 하셨기 때문에 “그 진리를 남김없이 보여 줄 수 있다.(같은 책. 70쪽)”는 것입니다. 이는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은 일을 '하나님의 행하신 기적'이라고 하는 기독교적인 방식(지은이 공통과제 중)과는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 것일까.

쓰다 보니 선민샘이 초반에 이븐 할둔이 ‘유물론적인 역사관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그 관점이) 신성과 충돌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이것을 처리할 것인가’라고 했던 질문과 이어지네요. 이븐 할둔은 서론에서부터 계속해서 전승들을 ‘이해 가능한 합리적 방식’에 따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예언·꿈·주술 등을 그 기록에 포함시킵니다. 우리가 '터무니없다'고 여기는 것이 역사에 포함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이를 단순히 ‘과거에는 신이나 예언가 등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니까.’라고 퉁치기엔 이븐 할둔이 서론에서 ‘맹신과 맹목’을 끊임없이 비판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럼 이븐 할둔이 현실과 비현실을 나누는 기준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븐 할둔이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아랍어에는 없는 음들을 표기하기 위해 새로운 음가를 창조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베르베르인을 비롯한 비아랍계 민족의 발음을 아랍어로 옮길 경우, 적당한 음이 없으면 아예 문자로 표기하지 않거나 그와 가장 가까운 문자를 사용해서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븐 할둔은 이런 방식은 “그 음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차이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이를 철저하게 탐구하는 관찰력도 대단하지만, 뭔가 타자에 대한 감각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할까요?

이븐 할둔이 말하는 신성이나 예언이 어떻게 역사와 연관되는지 이해는 안되지만, 우리가 미신이나 비현실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해 볼 수는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는가. 사주나 별자리를 조금이나마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은연 중에 그것을 '진실이 아닌 허구' 혹은 '현실이 아닌 비현실' 이라는 식으로 어떤 위계적인 시선으로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좀 더 읽으면서 탐구해 봐야 겠습니다.
전체 1

  • 2018-11-19 10:40
    확실히 역사서설은 우리에게는 독특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역사책인건지 온 학문을 총망라한 책인건지 ㅋㅋㅋ 이븐 할둔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도 궁금하고, 역사 기술의 대상도 스케일 크게 대륙을 넘나든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이들의 세계 감각이란 이리 통이 큰 것인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