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11.22 세미나 및 강의 후기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8-11-25 16:26
조회
159
이번 주는 《역사 서설》 전야 문명과 도시 문명 부분을 읽고, 이븐 할둔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점에서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그에게 역사란 단순한 사건의 나열도 아니고 신에 의한 과거라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는 논의들이 오갔습니다. 이를 이븐 할둔이 중요시 하는 개념들, ‘연대 의식’, ‘문명’, ‘본성’ 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보며 좀 더 살펴보았습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사건을 발생시키는 특정한 원인이 있다고 여깁니다. 가령 타고난 민족성 이라던가 신이나 자연의 이치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보편적’ 의미를 추구하는 데는 적합할 순 있지만, 사건을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 시키는 단조로운 구성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븐 할둔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작용 하는가”(채운샘 강의 중)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봅니다. 가령 왕조가 흥기하는 정황을 다룰 때, 한 뛰어난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주변과의 관계, 그 연대 의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와 그것이 놓인 경제적·시대적 배경 등. “하나의 층위에서 인과를 따는 것이 아니라, 경제·문화·인간이 가진 지식·인간을 관통하는 시간 등의 차원에서 역사를 다층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븐 할둔 역시 그가 속한 시대의 한계 속에서 그 조건을 봅니다. 《역사 서설》이 쓰여진 시기는 이슬람이 한창 팽창하던 12~13세기가 지나고 서유럽에서는 중세의 끝 무렵이던 때, 경제·문화적으로는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진 시대였다고 합니다. 사회 구조적으로도 복잡한 요인들이 인간의 행위 양식을 만들어내던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이븐 할둔은 《역사 서설》에서 다층적 구조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런 식의 역사관을 ‘역사적 유물론’이라고 합니다. “어떤 인간은 그 인간을 어떤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사회적 조건을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막스의 개념(을 줄인 말)에서 추출한 역사관인데요, 다른 말로는 ‘기원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사건을 언제나 그 사건을 발생하는 하는 역사적 지평 속에서 보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기원 자체에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유물론이란 물질만을 반영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것도 역사적 조건과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관을 배움으로써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자본주의 시스탬이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생겨났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채운샘이 나눠주신 참고 자료(『이븐 할둔』)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의 “사적” 전유’(28)와 함께 생기는 내적 모순과 사회적 적대감이 수 세기에 걸쳐 서서히 계속는 구조 속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와 달리 서구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생산양식은 같지만 조직 형태가 상이한 특징(28)”을 가집니다. 지배자가 “생산의 잉여를 전유하고 주민을 착취하는 능력은 가졌지만, 생산력이 근본적으로 촌락이나 부족 공동체에 장악되어 있기 때문에 계급의 존재가 사적 소유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28)”입니다. 따라서 아시아는 유럽만큼 뚜렷한 계급 투쟁이 반발하지 않았고, 유럽보다 더 혼란스럽고 완만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화폐 가치의 출현도 있었습니다. 물건이 상품이 되려면 “모든 가치를 매끈하게, 각각의 물건이 가지는 사용 가치를 소거(채운샘 강의 중)”하는 조건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화폐가 이러한 가치의 단일화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봄으로써 노동자를 다르게 말하는 것이 막스입니다. 그가 “노동자는 그를 노동자로 만들어주는 물전 조건의 산물”이라고 말할 때도, 대상을 대상이게 하는 조건 속에서 객관 세계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여러 관계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직은 매우 어렵게만 들립니다. 제가 어떤 것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리고 규정하는 방식에 익숙하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내게 익숙한 방식은 무엇인가. 아마도 나를 기준으로, 내게 좋을 것과 나쁜 것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편협한 기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부분을 읽으면서 이 부분을 더 고심해 봐야 겠습니다.
전체 1

  • 2018-11-26 12:56
    유물론적으로 쓰인 역사서를 안 봐서 그런가, 아님 그런 걸 봐도 역사적 유물론인 줄 몰라서 그런가, 그냥 생각 없이 읽어서 그런가 역사서설이 유난히 색다르고 재밌어요.
    그가 주목하는 내용들도 재밌지만, 묘~하게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와 겹치더란 말이죠. 이븐 할둔이 밝히는 문명의 원리와 타밈 안사리의 서술이 어떻게 겹치는지 비교, 대조하면서 읽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