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프로젝트 12.6일 강의 후기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8-12-13 04:08
조회
156
소생 후기

지난 시간은 소생의 하일라이트, 주제 에세이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주제 에세이는 그 동안 읽은 이슬람에 관한 책들과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을 이슬람의 독특한 지점과 연결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슬람이라는 타자”를 다르게 말하고 느껴보기 위한 일환인 것이지요.

그래서 각자 잡은 주제는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호메이니 혁명, 영성과 신체성, 샤나메, 현세적 종교, 앗사비야 등으로 매우 다양했습니다. 샤나메는 페르시아의 서사시라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거 같은데, 암튼 이 다양한 키워드들의 교집합이자 이슬람의 정신(?)에 접근할 실마리가 될 책은 아무래도 《역사서설》이지 싶습니다. 가령 리얼리티나 초현실주의라고 말할 수 없는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나 우리가 경험한 근대화와는 다른 이슬람의 혁명, 신체를 배제하는 기독교의 영성과 다른 이슬람의 영성과 신체를 바라보는 관점, 현세를 폄하하는 기독교의 이상주의와 다른 이슬람의 현세주의로 드러나는 이슬람의 독특한 정신을 이븐 할둔이 말한 아사비야나 그가 역사를 서술한 방식으로 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여행과 더불어 질문과 가설들이 어떻게 구체화 될까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앞서 이븐 할둔은 문명을 기후, 지역, 섭생의 차원에서 고찰했는데요, 계속해서 이러한 조건들이 어떻게 인간의 신체와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섭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븐 할둔은 전야민과 도회민의 섭생을 살펴 그것이 어떻게 신체와 기질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고 있습니다. 가령 사막에서 생활하는 전야민은 거친 음식을 먹고 그 마저도 없으면 굶는 것이 생활화 되어 맑은 정신과 강인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도회민들은 부드러고 달콤한 음식을 주로 먹으면서 위가 허약해지고 정진적·신체적으로 유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래서 전야민이 더 훌륭하다거나 도회인이 감각에 탐닉하는 세속적인 존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븐 할둔이 역사를 말하면서 전야민과 도회민의 섭생을 관찰하고 이를 가르는 “인간의 욕망의 구도”까지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역사를 ‘인간의 정신적’인 어떤 것이라거나 ‘정치적’ 사건이라고만 보지 않는 이븐 할둔의 역사관이 우선 뭔가 새롭고, 이걸 어떻게 이슬람적 독특함과 연결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인간을 지리적·사회적 조건 속에서 보고 동시에 역사를 그 조건 속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인간 속에서 본다는 것. 기후와 지역, 전야민과 도회민, 예언가와 점성술사, 왕조와 정부, 섭생과 신체 등의 관계들로 서술되는 역사란 무엇일까? 총체적인 역사? 더 생각해보도록 하고 이만 짧고 늦은 후기를 마칩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