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차탁마 NY 4학기 3주차 후기

작성자
hilde
작성일
2021-11-07 14:34
조회
210
조별 토론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는 예술의 운율과 리듬, 인식의 오류, 신의 그림자, 저급 문화와 고급 문화, 그리고 시간의 순간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런데 막상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엮어 후기를 쓰고자 하니 막막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좀 더 풀고 싶은 구절을 중심으로 후기를 쓰고자 한다.

『즐거운 학문』 3부는 인식과 도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신은 죽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를 비추어주는 동굴은 수천 년 동안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그리고 우리는 그 그림자와 싸워 이겨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인식과 도덕의 문제가 신의 그림자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한 번 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이 세계의 전체적 성격은 영원한 카오스이다.” 그 말인즉슨 ‘우주는 법칙도 알지 모르고 대립도 알지 모른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을 예를 들면 그것은 대립된 것이 아니라 죽음이 삶의 한 형태가 되는 것뿐이다. 그런 것이 영원히 반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삶과 죽음을 대립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죽음이 어떻게 삶과 한 형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우리의 인식 오류와 시간의 순간성에 대한 몰이해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성은 오류 외에는 만들어 낸 것이 없지만 때론 그것이 유용하기도 했고, 종족 보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것이 끊임없이 계승되어 마침내 우리 인간의 본성처럼 되면서 다음과 같은 잘못된 믿음의 명제들이 생겨났다.’

지속적인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 동일한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 사물‧물질‧물체가 존재한다는 것, 사물이 현상으로 나타나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의욕이 자유롭다는 것, 내게 선한 것은 그 자체로 선하다는 것 등이다. 뒤늦게야 이러한 명제들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뒤늦게야 인식의 가장 무력한 형태인 진리가 등장했다.(185쪽)

자, 그럼 지금부터는 이러한 명제들과 삶, 죽음의 문제에 좀 더 다가가 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삶과 죽음을 대립된 것으로 여긴다. 오래도록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축복이자 선한 것이 되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재앙’이자 악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곧 진리로서 모든 인간은 그 명제에 따라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논리가 펼쳐진다. 그러한 논리는 기독교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기독교는 우주에 진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법칙을 부여했다. 그것이 곧 동일성의 의지이다. 위의 명제들도 동일성의 의지에 토대해서 형성된 법칙들이다. 그렇기에 지속적인 사물, 동일한 사물의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우리 인간도 그러한 상태에 있을수록 그 자체로 선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삶과 죽음은 별개의 문제가 되고 삶을 유지하는 것만이 찬미된다.

우리는 이렇게 “이것과 저것이 미리 선행되어야만 저런 결과가 나온다”라는 추론을 가지고 어떤 사물에 대해 판단하고 특정한 상을 구축해낸다. 인식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오류없는 인식을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이 세계가 법칙없는 카오스인데 어떻게 ‘완벽한’ 인식이 가능하겠는가? 여기서 순간성의 문제가 도래한다. 인식은 ‘이것이 참이냐, 거짓이냐의 진리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리 또한 오류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원인과 결과를 분할된 것으로 보지 않고 연속으로서 볼 수 있는 지성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성에는 우리가 포착할 수 없는 무한히 많은 과정(과거와 미래가 순간에서 종합되어 생성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은 삶과 대립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변형태로서 삶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전체 2

  • 2021-11-10 18:46
    심오한 말들이 가득 차 있네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서 더 풀어주시면 좋았겠어요.
    특히 순간성이나, 원인과 결과를 분할 없이 연속으로 보는 지성이나, 삶과 죽음의 비대립성은 물음표가 많이 붙어요. 에세이에서 더 풀어주실 거죠?
    샘, 토요일에 뵈어요!

  • 2021-11-11 21:35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라는 말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접근하기 더 어렵게 느껴지네요. 삶과 죽음이 대립이라는 믿음이 제 안에서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