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4학기 6주차 공지 '미래의 철학과 기미를 읽는 것'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11-19 14:59
조회
237
5주간 애썼지만, 아쉽게도 에세이 초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ㅎㅎ;; 아직 문제의식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제기할 필요가 있지만, 그래도 10주차 때는 또 어떻게 결과물이 나오겠죠? 글은 혼자서만 쓰는 게 아니니까요? ㅋㅋ

다음 주에는 채운쌤 강의가 있습니다! 일정은 11:30~2:00 《지성교정론》 90절(91쪽)까지 강독. / 2:00~3:30 《선악의 저편》 〈우리의 도덕〉 토론 / 3:30~5:00 채운쌤 정리강의 및 에세이 코멘트입니다. 텍스트는 진도에 맞게 읽어 오시면 되고, 각자 에세이를 쓰실 수 있는 만큼 진행해 오시면 됩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그래도 5주밖에 안 남아서 살짝 긴장되네요.^^;;

저번 시간부터 《지성교정론》에서 ‘참된 관념’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지난 시간에는 참된 관념을 인식하기 위한 참된 방법 혹은 출발점은 따로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 시간에는 참된 관념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는 인식 능력이 계속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철학들을 많이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스피노자의 인식론은 여러모로 참 독특한 것 같습니다. 대체로 관념의 참됨을 증명하기 위해 대체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초월성을 소환합니다. 그게 ‘신’이든 ‘본유관념’이든 우선 참됨을 보증할 만한 무언가를 설정하죠. 하지만 스피노자는 일체의 초월성을 배제합니다. 그에게는 “지구는 둥글다”라는 명제도 아직까지는 참된 관념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과학적 가설로 간주되죠. 관념의 참됨과 허구는 외부가 아니라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나에게는 참된 관념인 것이 상대방에게도 참된 관념이라는 보장은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참된 관념을 전달해준다고 해도 스스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참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부터 벌써 정치의 냄새가 솔솔 나더라고요. 나에게 참됨으로 입증된 관념이 상대방에게 거짓된 관념이라면, 이때 어떤 말하기가 필요할까요? 발리바르는 이 문제를 《에티카》의 인식의 문제로 돌파하는 것 같은데, 일단 《지성교정론》을 더 읽으면서 정리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는 ‘힘에의 의지’를 중심으로 토론했습니다. 이미지, 단어에 대한 편견들 때문인지 ‘힘’, ‘야만성’ 같은 것을 얘기할 때 계속 폭력적인 의미로 읽게 되는데요. 하지만 니체가 폭력성을 찬양하기 위해 저런 가치들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니체가 ‘힘에의 의지’를 감각하는 것을 《주역》에서 군자가 때를 읽는 것과 함께 이해해볼 수 있겠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니체가 도덕 자체가 아니라 ‘힘에의 의지’를 얘기하는 것은 미래의 철학을 위해서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그것은 주어진 도덕, 국가적인 힘에 도주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군자 역시 모든 국면에서 앞으로 변하게 될 국면들을 함께 통찰함으로써 항상 형통함(亨)을 구성합니다. 가령, 공자는 자신의 삶을 점쳤을 때 산화비괘(山火賁卦)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이 괘가 점으로 나왔을 때는 시대를 바꾸는 거대한 일은 해내지 못하고, 다 그려진 그림에 점을 찍거나 장식하는 정도의 마무리 같이 작은 일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읽는데요. 땅에 떨어진 도(道)를 다시 세우고 싶었던 공자에게는 나쁜 괘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공자는 자신을 써줄 만한 제후를 찾아 천하를 주유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죠. 도(道)가 전승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마천이나 주희는 공자가 실제로 지위를 얻은 요·순·우·문·무·주공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고 찬양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것은 후대의 평가이지만, 음양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놓인 시대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니체가 살았던 시대에서 그것이 모든 것을 평균적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스피노자가 살았던 시대에서는 민주주의적인 것을 고민하는 게 미래의 철학에 해당하는 것이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제 좀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계속 엎어지는 지점이 생기네요. 덕분에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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