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2월 22일 공지

작성자
손지은
작성일
2018-02-08 23:59
조회
122

카선생과 함께 하는 여행, 이번 주제는 ‘시간’이었죠. ‘시간’을 통해 만나는 카프카, 어떠셨나요?^^ 저는 ‘시간’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지라 읽으면서 질문만 한아름 생겨났지만 토론은 정말 쫀득했던거 같아요. 시간이란 개념은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다르게 파악되곤 합니다. 그래서 객관적 시간이란 존재할 수가 없지요. 지금 제가 체감하는 시간에도 분명 어떤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을텐데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그냥 시계가 알려주는 게 시간인가 보다- 하고 산거 같아요-_-; 헌데 이런 시간관이야말로 카프카가 차용하지 않기 위해 주의했던 ‘시계적 시간관’이 아닌가 싶어지네요.


# 원형적 시간관, 직선적 시간관, 근대적 시간관

시간은 시대나 문화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요. 카프카의 시간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가지 시간관을 먼저 살펴볼까요.

① 원형적 시간관 : 삶의 리듬을 ‘순환’으로 파악한 고대 그리스는 원형적 시간관을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고대의 사람들은 해와 달, 계절의 주기에 따라 시간은 반복되는 것이고 영원하며 완전하다고 보았지요.  ②직선적 시간관 : 그런데 기독교로 오면서 시간은 창조주라는 시작점과 종말이라는 끝이 분명히 있는 직선적 시간관을 공유하게 됩니다. 직선적 시간관은 ‘역사’와 결을 같이 합니다. 역사가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중심으로 계열적인 통일성이 구성됨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③근대적 시간관: 이러한 역사관은 계속 발전된 미래를 그리는 <근대적 시간관>으로 이어집니다. 근대의 시간관은 종말론으로 향하던 기독교의 시간관을 세속적으로 변형시킨 버전이예요. 근대의 시간관에서 사람들은 ‘지금’을 미래를 향해 밟고 가야할 과정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지금’은 미래를 위해 헌납되고, 지금 이 자리는 허무와 불안으로 경험되지요. 또 근대적 시간은 노동력으로 환산되어 단지 측정하는 기준이 되거나, 모든 시간을 시계적 시간으로 동질화시키는 시간성을 갖게 됩니다.


# 카프카의 시간관

크게 보면 19세기를 살았던 카프카는 근대적 시간관의 흐름에 있던 사람이지요. 헌데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도통 근대적 시간관의 여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원형적 시간관이나 선형적 시간관으로 볼 수 있을까- 하면 그것도 아니예요. 가령 <가장의 근심>에 나오는 오드라데크의 존재는 어떤 시간관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드라데크는 죽지 않는, 불멸의 시간을 사는 존재입니다. 가장의 목적은 ‘아버지’라는 기호를 되물림하고 사멸하는 것인데, 선형적 시간관에 껴맞춰지지 않는 근본 없는 오드라데크 때문에 근심하게 되지요. 목적이 없다는건 오드라데크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목적이 없다는 건 출발점이나 종착점에 대한 상이 없다는 것과 같지요. 놀랍지 않나요? 카프카는 작품에서 시간을 언급하진 않지만 분명 시간에 대한 예리한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자신이 발딛고 있던 세계의 시간관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을거예요.

가령 <시골의사>에서 시간은 전혀 균질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시골의사는 집에서 단숨에 환자의 집으로 가지만, 돌아오는 길은 하염없이 유보되기만 합니다. <소송>에서 k는 9시까지 법정으로 출두하겠다 마음먹지만 그건 법정과 약속된 시간이 아니라 제멋대로 정한 시간이자 자신만의 속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k가 생각한 9시는 법정의 9시와 같은 시간일까요?카프카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하나의 시계적 시간을 공유하지 않아요. 모두 각자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은 엇갈리고, 그 각자마저도 때때로의 속도가 달라 매번의 상황마다 다른 질감의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앞과 뒤는 일방향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간처럼 비약하고 불연속적이며 어긋나는 것입니다. 때문에성이나 법정이라는 목적지가 있던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거나 뜬금없이 사건을 만나면서 경로가 수시로 바뀌고 상황의 배치에 따라 중요성도 계속 달라지지요.


카프카는 어떤 시간관으로 세계를 살아냈는지, 그러한 시간관은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성찰하게 하는지 질문거리가 퐁퐁 솟아나서 찰진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는 ‘k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장편3부작의 k들과 <유형지에서>의 등장인물을 함께 분석해 옵니다. 이번주 후기는 나영이 벌써 올려주셨네요! 다음 시간 간식과 후기는 강석샘~

그럼 설 연휴 잘 보내시구요, 2월 22일에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보아요~! (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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