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3월 15일 오! 카프카 세미나 후기

작성자
보영
작성일
2018-03-15 14:06
조회
146
매주 조금씩 가까이 모여 앉는 카프카 세미나 팀! 오늘은 변신과 출구, 학문, 예술 등을 주제로 카프카의 작품들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작품을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이야기를 했어요.

<변신>

카프카가 공들여 편집한 <변신>. 그레고르 잠자라는 외무사원이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해충으로 변합니다. 그런데 그레고르는 인간이기도 하고 벌레이기도 합니다. 그는 완전한 벌레도 아니고 완전한 인간도 아니죠. 몸은 벌레이지만 정신은 여전히 인간이고, 벌레로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지나 했더니만 여동생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는 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이렇게 음악을 즐기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라니…! 하고 말이죠. 마찬가지로 학술원에 보고를 드리는 원숭이도 완전한 인간도 완전한 원숭이도 아닙니다. 어느 개의 연구에 나오는 작은 강아지가 목격한 일곱 마리의 개 역시 개이면서 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변신은 어쩌면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 이 상태도 저 상태도 아닌 어떤 지점, 반쯤 걸쳐있는 그 중간 어떤 상태인걸까요?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그레고르가 인간에서 해충으로 변신한다면, 빨간 페터 원숭이는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런데 빨간 페터 원숭이가 처음 내뱉는 말은 '헬로우!'하는 인삿말이었습니다. 언어는 가장 인간다운 행동이자 인간의 경계를 나누는 일입니다.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들은 무리에 섞여들 수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네 언어(혹은 패턴)를 모르는 <성>의 K에게 너는 이곳 사람이 아니다 라고 규정하고 마을을 떠나라고 말하듯이 말이죠. 그런데 언어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소리 소음 음악은 카프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요, 소음이 생활의 소리이자 불편함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음이라면 음악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어떤 패턴, 삶 자체의 리듬같이 들립니다. 이 리듬을 보여주는 일, '우리가 이렇게 소리내며 살고 있다' 를 보여주고 문제삼는 것이 예술가가 하는 일일까요? 참고로 카프카 소설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일상에 밀착되어있습니다. 쓰는 일이나 멜로디를 만드는 일은 일상과 무관한 기교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다 음악'(어느 개의 연구)이고 요제피네가 하는 휘파람은 누구나 낼 수 있는 휘파람소리이듯이 말입니다.

<어느 개의 연구>

어느 개 역시 예술가 개 무리를 맞딱뜨리고 이후 그의 마음 속에 질문이 싹틉니다. "저들은 개가 아니란 말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개라는 종족이 무엇인가? 개로 사는 일은 뭔가?로 질문이 이어지는데요, 삶을 깊이 인식함으로써 삶과 소통하지 못하는 지점에 멈추어서게 하는 것이 예술인걸까요? 여러모로 변신과 예술이라는 테마는 같이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 지은샘은 젊은시절 강아지가 소음이라고 받아들인 것이 나중에 시간을 거치고 연구를 통해 '노래'였다고 해석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해석을 하셨는데 이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같은 소리도 사람마다 다른 사인으로 받아들이듯이 같은 장면을 보아도 한 때에는 혼돈이었던 것이 다른 지점에서는 질서로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예요. 결국 출구를 찾는 일, 방향을 정하는 일은 바라보는 지점을 설정하는 일이고, 그 때 보이는 풍경을 바꿔가는 일인걸까요?

원숭이 페터는 출구가 자유와 다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자유에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출구를 찾고싶을 뿐이라는 원숭이. "배우려고 하면, 배울 수 있다"고 당차게 말하는 그를 따라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탐구하고 미끄러지고 해야겠어요. 카프카가 제시하는 출구는 문턱에 서는 일이라고 선민샘은 해석하셨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쉽게 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 문턱 넘기도 이토록 힘든데, 그런데도 문턱에 있으라고 말하는 이야기들. 문턱을 넘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인간에게는 인간의 한계가 있고, 벌레에게는 벌레의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가 바로 출발 선상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마주한 한계와 다음 문턱 한계 사이에서 그걸 겪는 일 자체가 의미있는걸까요?

각자의 출구를 찾아보려던 7주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알쏭달쏭하지만..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보고 걸으면서 그때 그때 마주하는 세계를 경험하는 실험은 계속되어야겠죠? 글쓰기는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내 시간을 겪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다음 시간에는 지금의 내가 카프카를 어떻게 만났는지 생각해보고 카프카 찬송계획서를 써오기로 했어요. 카프카님과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벌써 아쉽네요. 각자 그동안 고이고이 키우고 간직해온 카프카(와 그의 작품)를 향한 사랑을 맘껏 담아 제일 좋아하는 소설을 꼽고, 그 이유를 하나하나 적어오기로 했어요! 내 출구의 방향은 어디일까요! 다음시간에 들어보기로 해요. 그럼 다음 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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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16 02:19
    오오! 이 스피디한 후기를 보라! <변신>이랑 <학술원> <어느개> 다시 읽고 비교하며 토론하니 무쟈게 재밌네요 ㅋ 전 카님도 카님이지만 이 세미나가 끝나가는 것이 넘나 아쉽고만요 담주에 사랑꾼 보영의 찬미가 기대할거예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