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2학기 6주차 후기

작성자
봉선
작성일
2020-06-15 18:07
조회
68
이번 수업시간에 인상적이 내용이 노자와 법가에서 말하는 강한 군주의 이미지에 대한 것입니다. 법가에서는 신하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는 군주이고 노자는 강하다는 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미지에 가까운데요. 노자가 말하는 군주의 덕은 무위지치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무엇을 열심히 하는 군주가 아닙니다.

무위지치는 지난 학기에 노자를 읽으면서도 여전히 잡히지 않았던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치가 무엇을 의도하지 않음이 무엇인지 지금도 생경한데요. 가령 나는 무엇을 한다고 할 때 그 무엇에 의도 담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게 무엇일까요. 공부를 한다고 할 때 ‘나는 공부를 잘하고 싶다’ 또는 ‘나는 공부를 하고 책을 쓰고 싶다’라고 한다면 목표는 분명하게 있어 보입니다. 공부가 아니라 ‘잘하는 것’에, ‘책을 쓰는 것’에 목표가 있다고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공부를 무위로 한다면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공부 자체에도 우리들 각자가 각기 다른 관념을 구성하고 있어서 그 각각의 관념이 의도나 목표와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하는 공부도 그런데 전체 신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어떻게 무위로 하나, 여전히 어렵습니다.

노자의 소국과민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도 채운샘께서 언급했던 기억이 나는 데요. 이번 시간에는 소국과민이 불가능한 사회에 왜 정치적 비젼을 거기에 두었을까라는 질문을 하셨어요. 저에게 노자는 자족하면 사는 걸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여서 소국과민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샘의 이야기를 듣고 어?라는 느낌과 더불어 갑자기 노자의 소국과민이 낯설어졌어요. 나중에 노자가 도교와 만났다고 하는 게 소국과민과 관련된 어떤 관념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못 느낀 이유가 나 자신이 아직도 정치를 외부에 두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비자를 읽고 있으면 한비자는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혼란한 정국에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민인데 치를 행해야 하는 자들은 사익만을 도모하고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방치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민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진 않지만요. 고통 받는 민이 있고 정치가 그에 화답을 해줘야 하는데 한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한비자가 정치에서 지향하는 방향은 부국강병인데 전국시대를 상황을 보면 부국강병은 다른 나라에게서 침략 당하지 않고 백성들이 자기 일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법가는 왕이 치를 잘해서 그 부국강병을 이뤄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 방법으로 법, 술, 세가 있는 거고요. 우리 자신이 대통령만 잘 뽑으면 잘 될거라고 막연하게 믿는 마음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보입니다. 채운샘도 한비자를 보면 민의 역량보다는 왕의 역량에 집중하는 느낌이라고 하시면서 토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확 와 닿았던 게 상대방의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맥락을 읽어 내는 것 자체가 다양성을 구성하는 것이지 싶어요. 이번 강의는 시간이 지난 번 보다 짧았는데도 저에게는 텍스트에 대한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전체 1

  • 2020-06-15 19:39
    노자의 소국과민 공동체에 어떤 심정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고요. 현실에 대한 조소인지 아니면 여전히 어떠한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인지 상상하면 노자가 더 잘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한비자의 부국강병도 그가 어떤 정서 속에서 얘기했는지 상상하면서 읽어보니 좀 더 이해가 되더라고요. 스피노자의 정치론도 어떤 정서 속에서 발명된 것인지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