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스피노자와 한비자 7주차 후기

작성자
윤순
작성일
2020-06-22 11:07
조회
97
절탁S/7주차 후기/2020.6.22./윤순

공사의 분리/ 정념의 문제와 정치의 분리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공정한 제도와 정책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치의 영역에 사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믿음과 달리 정치적 영역 여기저기에서 사적 감정의 개입이 흔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현재 사회 전반(여론)에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분리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공격이 있지만, 공격하는 자들도 자신의 정념을 드러내지 않고 공적으로만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에도 이러한 모순을 품고 모든 것이 공적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여 집니다. 대통령, 재판관, 검사, 국회의원, 언론인, 시민 등 모든 공적 위치에서의 결정이 대부분 정념에 이끌려 내려지듯 저에게 보이는 것은 왜 일까요? 사정이 이러한 데도 왜 우리는 공사의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요? 아직도 우리가 정치를 정념과의 연관 속에서 사유하기 보다는 인간의 욕망을 쏙 빼고 사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분리에서 우리는 나의 문제를 사회 문제와는 별개로 사유할 수밖에 없어집니다. 그래서 마치 우리는 그 사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 정책을 비판하지요. 사회 제도 또한 구성원들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사회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효율을 따져가며 만들어지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만 봐도 선거 때, 이것저것 정책이나 정치인의 질을 따져 보는 것 같아도 항상-이미 벌써 누구를 찍을 것인가는 마음에 결정되어 있고, 그 다음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접해도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메커니즘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있지도 않은 유언비어를 날리고, 정념을 선동하는 막말로 점철된 매번의 선거판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각 정당의 연구소 또는 언론사에서는 과학적 수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선거 판세를 예측하곤 하는데, 그러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 결과는 알 수는 없다느니’라는 자기 연구를 부정하는 말을 붙이곤 합니다.

이런 모든 사태를 분석해 보았을 때, 공사 분리는 불가능하고 정치는 정념과의 연관 속에서 수행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좀 더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가장 공적인 문제가 가장 사적인 문제가 됩니다. 정치는 이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마음(욕망)의 문제가 되겠지요. 이렇게 우리가 정치적인 문제를 사유할 때, 가장 집중해야하는 지점은 우리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를 정념의 문제와 연관해서 사유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정치적인 것과 정념의 문제는 어떻게 연관되는 것일까요?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념 메커니즘을 통한 정치적 영역을 사유한 철학자입니다. 그리고 스피노자가 환생한 것 같은 마트롱은 『스피노자 철학에서의 개인과 공동체』라는 책에서 정념과 정치의 연관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치의 영역이라고 생각어지는 국가의 작용이 무엇인가를 살펴봅니다.

국가

우리가 국가를 경험하는 방식은 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국가와 맞서 싸우는 것이 정의라고 착각하고, 진보진영에서 국가를 편드는 것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처럼 강력하고 억압적 국가가 따로 존재하고, 우리는 이런 국가를 적대적으로 상대합니다. 전체(국가)와 개인(국민)이 마치 분리되어 있는 사유에서만 국가와 개인은 적대적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적 개체입니다. 국가 또한 구성하는 부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보존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는 개체입니다. 부분적 개체들의 역량의 증대는 전체 개체(국가)의 역량 강화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국가 개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연합을 사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체(국가)와 부분(개인)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분 개체(개인)들이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서 다른 개체(타자)를 필요로 합니다. 스피노자가 정의내리고 있는‘개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다른 개체가 원인이 되어서 존재하게 됩니다. 개체에게 상호작용(마주침)은 실존 조건입니다.

따라서 스피노자의 개체에게 혼자만 독식할 수 있는 부, 명예(세속적 가치)는 없습니다. 기쁨, 슬픔에서 파생된 사랑, 미움에 관련된 정념들 과 정서 모방, 마음의 동요 등의 복합 정서에 의한 명예에 대한 야망, 지배에 대한 야망, 시기심 등에 의한 욕망인 부, 명예라는 기쁨도 언제든지 동시에 개체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의 결과가 항상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는 의심스럽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재의 세속적 가치들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절실히 묻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질문들에서 우리는 국가도 새로이 사유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념에 의한 욕망이 부분 개체(개인)를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요? 개인의 욕망과 국가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인간에게 정념에 의한 욕망에 의한 지속은 우연적 마주침에 의해 쉽게 파괴됩니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세속적 가치만을 자신의 목표로 설정하고 추구한다면 이것을 두고 경쟁하면서 서로 파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부와 명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일단 물질적으로 생존해야만하고, 이를 위해 서로 도와야 합니다. 혼자서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조달할 수 있는 인간이란 없기 때문이고, 쉽게 파괴될 수 있는 조건에서 혼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간 자신의 생존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공동체이고 국가입니다. 어떻게 보면 공동체는 인간 생존에 토대이기도 합니다. 이 공동체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따라 부분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공동체의 부분 개체인 인간들의 삶은 지속되거나 파괴됩니다. 국가는 구성원 개체들이 그들의 삶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토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기능)이야 말로, 즉 이성적 토대 제공이야 말로 국가의 역할입니다. 어떤 사회인지에 따라 개인에게 부와 명예라는 세속적 가치가 전부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부분 개체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국가의 보존과 안정도 분리되지 않습니다.

한비자

위의 논의에 따르면, 한비자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는 국가의 보존과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것은 일치하지만, 그 우선순위가 왜 필요한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군주)와 민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전국시대에 혼란한 정치지형을 질서지우기 위한 정책으로 한비자는 먼저 국가의 부국강병을 내세우고, 그에 따른 법, 술, 세를 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 술, 세는 국가의 외적 통일과 보존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것이 파괴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전제하게 됩니다. 물론, 다양한 변수와의 마주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국가를 통일하고 보존할 수 있는 법치주의라는 최선의 시스템을 고안했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개혁적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따를 수 있는 절대 규범인 법(신상필벌), 군주가 신하를 다스리는 기술인 술, 법과 술을 원리 원칙에 따라 작용하게 할 수 있는 권력이자 자리인 세는 현대의 사회 시스템과도 유사할 정도로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비자의 서술 안에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에 대한 공포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스피노자를 통과하며 함께 보고 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한비자의 법치주의는 이상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한비자의 노자에 따른 존재론적 측면을 따르더라도, 자연은 원리원칙대로 작용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인간이라는 변수 즉 인간의 욕망은 이러한 천지불인의 원칙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한비자는 놓치고 있습니다.
전체 1

  • 2020-06-23 09:57
    정치에서 정서를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피노자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모를 뻔했습니다....! 정치'판'에서 나오는 온갖 말들에 대해서도 내용이 아니라 그것이 특정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막막하지만, 어쨌든 스피노자의 정치론을 공부하면서 말에만 끄달리기보다 관념과 정서를 교정하도록 노력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