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스피노자 2강 수업 후기

작성자
윤순
작성일
2019-01-28 19:57
조회
224
2019년 1월23일 절탁S 수업 후기/윤순

스피노자, 헤겔, 마슈레, 이중의 부정(관념론적 변증법), 유물변증법, 『에티카』 시작부터 나타나는 실체, 속성, 양태, 자기원인, 정의, 공리, 정리, 주석 등등 나열된 단어들은 하나같이 길고 깊은 공부를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반짝이며, 바른 자세로, 중요한 구절에는 줄을 쳐가며 읽고 듣는다 해도 각자가 무엇을 읽었는지 들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이런 오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어서 즐겁습니다. 절탁s 첫 시간에 현재 우리가 왜 스피노자를 읽어야 하는가를 <모로와의 대담>를 통해 조금 알게 되었다면, 두 번째에는 본격적인 위의 의문들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피에르 마슈레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

마슈레는 『헤겔 또는 스피노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헤겔의 독해를 비판하면서 스피노자의 개념을 조금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스피노자 『에티카』를 읽기 전에 (『에티카』의 개념들을 공부하기 전에) 헤겔이 독해한 스피노자를 읽는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에티카』를 먼저 꼼꼼히 읽어서 개념을 안다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어디에서 스피노자 공부를 시작하든 겪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채운샘이 말씀하시는 순간 우리는 머리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었죠. 에티카든 마슈레의 책이든 마르고 닳도록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알았기 때문이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 통념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닌 스피노자 철학에서 헤겔이 비판했던 지점을 검토함으로써 스피노자 철학을 이해하려는 것이 마슈레의 의도입니다.

마슈레가 제시하고 있는, 헤겔이 스피노자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던 세 가지 문제는 1.체계와 방법, 2.속성의 문제, 3.‘모든 규정은 부정이다’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마슈레는 다음 장에서부터 하나씩 스피노자의 텍스트를 가지고 헤겔의 오해를 반박할 예정입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의 독자인 헤겔을 따라가며 스피노자를 독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피노자와 헤겔은 물적 조건부터 커다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자신의 철학 연구가 방해 받을까봐서 대학의 교수요청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헤겔은 대학에서의 연구야 말로 철학을 완성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과 대학 밖의 철학은 장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유의 방식의 차이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철학체계는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둘에게는 절대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을 사유한다는 친근성이 있지만, 헤겔의 철학은 부정 운동의 변증법 체계이고, 반면 스피노자의 체계에는 부정이 들어설 자리가 아예 없습니다. 헤겔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자기 체계에 종속적으로 사용해서 흡수하고, 지양하며 전진했습니다. 이와 같은 독해 과정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은 헤겔에 의해 오독되었고, 역설적이게도 헤겔이 오독한 그 지점의 의미는 헤겔에 앞서 스피노자에 의해 사유되었던 지점으로 헤겔의 철학에 있어서도 중요했던 부분이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자기원인

『에티카』 ‘정의1 나는 그 본질이 실존을 함축하는 것 곧 그 본성이 실존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을 자기원인으로 이해한다.’ 『에티카』의 처음의 시작 정의1은 ‘~를 자기원인으로 이해한다.’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의 ‘자기원인’이란 무엇일까요? 단어 그대로 풀이를 해 보면, 그것은 내가 나보다 먼저 있는 것의 원인입니다. 원인은 어쨌든 결과의 앞에 있어야 하는데, 나라는 결과가 원인 앞에 있다는 이 말은 모순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자기원인’은 또한 스피노자 당시 쓰였던 개념이었습니다. 데카르트 철학과 중세 철학에서 ‘자기원인’은 개념으로 쓰였습니다. 중세철학에서 어떠한 결과에 대한 원인은 결과 앞에 있고, 또 그 앞에 있는 원인에 대한 원인, 또 그 앞의 원인에 대한 원인…… 이렇게 앞으로 가야하는 무한 소급이 일어나 원인이 끝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부조리하기 때문에 중세 철학에서는 이러한 무한 소급을 막기 위해서 ‘자기원인’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을 있게 한 최초의 원인(시초, 신)을 만들었습니다. 데카르트 철학은 중세 철학에서의 ‘자기원인’을 가지고 모든 것에 존재하는 보편적 인과성 개념(우리가 알 수 있는 가지적인 보편적 원리를 주장)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는 신의 초월성 개념을 버리지 못하면서 동시에 보편적 인과성 개념을 주장하면서 모순을 만들게 되었고, 끝내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데카르트의 ‘보편적 원리’를 더 밀고 나가서 그 당시 사람들이 ‘자기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는 요렇게 ‘그 본질이 실존을 함축하는 것 곧 그 본성이 실존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을 자기원인으로 이해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같은 ‘자기원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중세철학/데카르트/스피노자는 다 다르게 ‘자기원인’을 이해합니다.

이중에서 우리는 앞으로 스피노자의 ‘자기원인’이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관심을 가져야하겠습니다. 채운샘의 설명을 참조하면 스피노자의 ‘자기원인’은 실존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원인을 자기 바깥에서 찾지 않는 것) ‘있음 자체’가 바로 스피노자의 ‘자기원인’이고,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있음 자체’에서 출발합니다. 실존하기 위해 최초의 작용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초월론적 존재인 신이 아닌 ‘자기원인’, ‘있음 자체’의 출발은 기존 철학과의 커다란 차이를 보여줍니다.(창조론 부정) 에티카에서 실체는 ‘자기원인’을 갖습니다. 하지만 양태인 우리는 실존하기 위해 많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자기원인’이 될 수 없습니다.

스피노자는 초월론적 존재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생사, 사후)들에 접근할 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신이 아닌 보편적 원리로 현행적 문제들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는 보편적 원리가 과학적 사고방식(수학, 갈릴레이의 영향)이라 생각했고, 수학의 차원에서 기본적인 정리들을 이해할 수 있으면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자연과 삶에서도 기본적인 것을 이해하면 복잡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복잡하게 엉켜있어서 신에 의해서만 판단되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양태인 인간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이것은 삶에 하나의 해결책(해답)을 주는 철학이 아니라, 나와 관계, 정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 스스로의 삶을 이해하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방의 철학입니다.

스피노자 체계의 요소들
  1. 모든 초월성의 제거(실체=신=자연)

  2. 자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의 존재론적 평등(자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위계가 있을 수 없다.)

  3. 자연과 자연 안에 있는 개체들 사이에는 심연이 없다.(양태는 자연 안에서 실체(자연)를 표현한다.)

  4. 인간 특권의 박탈(스피노자는 자연 안에 있는 유한한 실존일 뿐인 인간이 자신의 유안에서 상상해서 신을 인간의 몸으로 상상하고, 인간이 못하는 것을 신이 할 수 있다고 상상해서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 만든 온갖 환상과 맞서 싸운다.)

전체 2

  • 2019-01-28 21:16
    정리해주신 스피노자 체계의 요소들을 읽으니까 좀 더 큰 틀에서 스피노자의 개념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아직 실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ㅎㅎ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 2019-01-29 19:02
    스피노자 체계의 요소들. . . . 그저 웃지요. 으허허허. 으허허허 . .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