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성역 세미나_3학기_4주차 후기

작성자
소현
작성일
2021-08-24 14:02
조회
81
이번 학기 책들은 좋은 말씀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매시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말씀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의 해석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한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그지요? ㅎㅎ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나눈 얘기가 ‘철학 한다’는 것이 뭘까였는데요, 그러면서 세네카의 변덕스러움(?)에 대해 말했죠. 세네카는 부유함과 은둔에 관한 자신의 생각에 일관성 없는 것 같다. 앞에선 좋은 것 이었다가 뒤에선 나쁜 것이 되는, 이건 뭔가? 세네카는 철학하는 사람이 맞는가? 저희의 결론은 ‘이것이 철학하는 것 같다’였습니다.

참된 것과 거짓된 것에 대해 질의하는 게 아니라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바에 대해 질의하고, 또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판단할 수 있다거나 그렇지 못하게 만드는 바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형식을 철학이라 명명하도록 합시다. 주체의 해석학, p.58

 나란 존재는 언제나 관계 안에 있고 그 관계들은 고정된 것이 아닌 매번 변화 속에 있을 텐데 절대적 진리나 진실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조건에 대해 질의 하고 사유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일관성에선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관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죠. 불변을 전제로 하는 일관성이 아닌 관계 안에서 끊임없는 운동을 전제로 하는 일관성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세네카는 변덕스러운 사람이 아닌 언제나 관계 안에서 질의하고 사유하는 철학하는 사람이 됩니다. “무엇인가 없다고 혹은 심한 일을 당했다고 괴로워하며 병, 죽음, 불구 등 인생사에서 악인이나 선인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생기는 일들에 남들처럼 놀라거나 분개하는 것은 결단코 어리석음이며, 자신의 처지에 대한 무지입니다. 우주 질서에 따라 감내해야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대범하게 받아들이도록 합시다.”(p.232) 철학하는 사람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무지를 깨달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네요.

 

쾌락과 관련한 얘기가 나오면 전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무엇일까 궁금했었습니다. 세네카가 언급한 것을 보면 현대인만큼이나 당시 사람들도 에피쿠로스를 오해하고 비난했던 것 같습니다. 세네카는 스토아학파 동료들이 반대할 것을 알면서도 에피쿠로스를 대변했습니다. “저로서는 에피쿠로스가 경건하고 바람직하며 자세히 보면 엄정한 것을 가르쳤다고 봅니다. 그의 쾌락은 가난과 빈곤으로 환원되며, 저희가 덕에 부과한 규율을 그는 쾌락에 부과합니다. 그는 쾌락이 자연에 복종하도록 명합니다. 사치에 따르면 부족하지만, 자연에 따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p.228) 물론 세네카가 에피쿠로스 쾌락에 완전한 동의를 한 것은 아닙니다. 세네카는 쾌락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에피쿠로스가 쾌락을 중심에 두는 것에 대해선 문제를 삼았습니다. 세네카는 쾌락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덕이 지배하는 쾌락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과도한 쾌락의 해로움에 대해 문제 삼았습니다. 이러한 쾌락이 덕 안에 있다면 과도해질 염려가 없습니다. 덕 안엔 절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후기를 쓰다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네카가 덕이 지배하는 쾌락을 말했다면, 에피쿠로스는 자연이 지배하는 쾌락을 말한 것인데, 덕과 자연은 어떻게 다른가? 덕이 말하는 절제, 적절함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질문들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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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9 21:39
    "세네카는 변덕스러운 사람이 아닌 언제나 관계 안에서 질의하고 사유하는 철학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세네카가 자신의 철학을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정립한 것이 아니라, 편지의 수신자가 누구며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철학을 변용시키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대적인 앎은 객관적 진리값이 아니라 삶에 대한(자기 배려를 위한)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삼고 있지않은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에피쿠로스주의와 스토아주의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네요. 쾌락을 이성적으로 추구할 것인가, 이성적인 삶에 쾌락이 수반되도록 할 것인가... 정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