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성역 세미나 3학기 7주차 후기

작성자
재현
작성일
2021-09-14 17:34
조회
87
이번 시간에는 플루타르코스의 ‘수다에 관하여’에 대해 읽었습니다. ‘수다에 관하여’는 수다, 분노, 슬픔 등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한 플루타르코스의 성찰이 들어있는 책입니다.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라니 세네카가 떠오르네요. 감정에 대한 여러 조건들을 끝없이 파고들어 밝혀내고 마는 세네카 ! 물론 플루타르코스 설명방식은 세네카와는 조금 다릅니다. 세네카가 여러 감정의 인과관계를 끝없이 파고 들어가 밝힌다면, 플루타르코스는 좀 더 리듬감과 감정을 담아 이야기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감정에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을 것인지, 자신의 평온함을 지킬 수 있을 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그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수다’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또한 수다쟁이여서 플루타르코스가 수다를 어떻게 정의할지 궁금했는데요, 플루타르코스는 수다를 병으로 정의합니다. ‘tmi...투머치토커 등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 이야기들이 있지만, 병이라니?’라는 궁금증에 책을 좀 더 읽어보니, 플루타르코스는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자를 문제삼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수다쟁이란 말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수다쟁이는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느라 어떻게 적절히 말할 수 있는 때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플루타르코스가 생각하는 말이란 언제, 얼마나, 어떤 단어를 써서, 어떤 방식으로 말을 표현할 것인가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그에게 말은 밀실에서 혼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특정한 상황의 맥락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말을 잘하는 자는 여기에서 적절함을 찾아낼 수 있는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플루타르코스가 강조하는 침묵을 단순히 말을 하지 말라는 수동적인 의미로 해석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침묵을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지금 대화가 놓인 상황과 조건을 보고, 다음 스텝의 적절함을 고민하는 능동적인 행위로서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훈련들이 어떻게 자기배려가 될 수 있을까요? 난희샘께서는 말을 잘한다는 것을 소통과 관련지어 말씀해주셨습니다. 말의 양이나 내용 자체에 옳고 그른 것이 있는게 아니라, 말을 주고 받는 타인과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을 때 소통의 윤리적 주체가 되는 것이지요! 결국 말하기에 대한 훈련들이 바로 소통의 주체가 되기위한 자기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에 들어와서 웃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는 사이에 어느덧 마지막 시간을 앞두고 있네요. 다음 주는 수다에 관하여를 끝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그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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