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성역 4학기 첫 시간(10.1)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09-27 16:53
조회
113
3학기가 끝났습니다! 《소크라테스 회상록》, 《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 《히포크라테스 선집》, 《수다에 관하여》 이렇게 네 권을 읽었는데요, 학기 초에 읽은 책들은 벌써 아득히 멀게 느껴지네요. 지난 시간에는 《수다에 관하여》 후반부를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물들도 이성이 있는지에 관하여’를 관심 깊게 읽어오셨습니다. 이 단편은 키르케의 아이아이아 섬에 갇힌 오디세우스의 일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려는 키르케는, 이미 키르케의 유혹에 넘어가 돼지가 된 그륄로스를 불러서 오디세우스에게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 동물로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을 설득하도록 하죠. 그리고 돼지 그륄로스는 절제, 용기, 지혜에 있어서 동물들은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혜원누나가 지적했듯, 플루타르코스는 가장 지혜로운 인간인 오디세우스를 등장시켜 그로 하여금 동물의 가르침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륄로스가 이야기하는 자연적 욕망과 자연적이지 않은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에피쿠로스주의적인 욕망의 분류법을 제시합니다. 우선 자연적이며 필연적인 욕망들이 있습니다. 식욕이나 수면욕 같은 것이겠죠. 다음으로 자연적이기는 하나 필연적이지는 않은 욕망도 있습니다. 성욕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자연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않은 욕망, 인간적인 표상들에 의해 자극되는 온갖 사치와 안락함에 대한 과잉된 욕망들이 있습니다. 그륄로스에 따르면 동물들의 본능은 늘 자연적이며 필연적인 욕망과 관계하기 때문에 절제에서 인간을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인간은 돼지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동물들의 단순한 삶을 동경한들,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는 동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의 번다한 삶에 지쳐 잠시 망상에 잠겨보는 것일 뿐. 다만 그륄로스의 훈계는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에 우리의 표상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우리는 어떤 완벽하게 안락한 상태, 아무런 방해도 없는 자유로움, 겪어본 적 없는 새롭고 짜릿한 경험, 어떠한 불편도 없는 생활에 대한 거짓된 표상을 만들어서 지금 우리의 현실에 결여를 부여합니다. 우리의 표상이 더욱 부적합한 것일수록 우리는 더욱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륄로스는 우리가 집착하는 것들, 그것이 우리에게 행복과 구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어떤 것들이 사실은 관념의 산물일 따름임을 보게 합니다.

사실 푸코를 공부하면서 그가 다룬 텍스트들을 읽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푸코의 텍스트만 읽을 때에는 푸코가 문제를 구성하는 방식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성의 역사》 2, 3권이나 《주체의 해석학》을 읽을 때에는 마치 푸코가 고대 철학을 매우 독창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해설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푸코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보이는 게 아니라 인용된 텍스트들에 대한 푸코의 설명에만 집중하게 된달까요. 그런데 오히려 그가 다룬 텍스트들을 직접 읽으니 푸코가 보였던 것 같습니다. 푸코가 단지 고대의 텍스트들이 ‘말하는 바’를 따라간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들이 문제를 구성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독서법 또한 우리가 푸코에게서 배워야 할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제 다시 《성의 역사》로 돌아갑니다. 새로운 학기에는 (아직은) 따끈따끈한 《성의 역사》 4권을 만나볼 예정입니다. 그럼 금요일에 뵙도록 하시죠! 아래는 주차별 읽을 분량입니다~

1주 : 1장 1번 ‘창조, 생식’ (~86쪽)

2주 : 1장 2번 ‘세례의 힘든 과정’, 3번 ‘두 번째 속죄’ (~164쪽)

3주 : 1장 4번 ‘최고의 기술’ 中 1 지도의 원칙, 2 복종의 규칙, 3 하느님에 대한 의존 (~204쪽)

4주 : 1장 4번 ‘최고의 기술’ 中 4 성찰-고백, 2장 1번 ‘동정과 금욕’ (~264쪽)

5주 : 2장 2번 ‘동정의 기술’ (~306쪽)

6주 : 2장 3번 ‘동정과 자기인식’ (~364쪽)

7주 : 3장 1번 ‘부부의 의무’ (~414쪽)

8주 : 3장 2번 ‘결혼의 좋은 점과 이로운 점’ (~474쪽)

9주 : 3장 3번 ‘성욕과 리비도’ (~526쪽)

10주 : 부록 1, 2, 3, 4 (~5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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