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성역 4학기 두 번째 시간(10.8)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10-07 16:59
조회
103
“결국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부터 기독교 초기까지 욕망의 인간에 대한 계보학 연구라는 이 방대한 작업은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본래의 주제로 돌아온 것이다. 3권으로 나누어지긴 했지만, 이것은 일관된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 《쾌락의 사용법》은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 성적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연구한 것이다 (…) 또한 이것은 의학과 철학의 사유 안에서 ‘쾌락의 사용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신체에 대한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미혼 남성들과의 관계, 진리와의 관계라는 4가지 중요한 경험 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금욕생활의 주제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가를 문제시한다.

- 《자기에 대한 배려》는 초기의 1, 2세기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텍스트 안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졌고, 자기에 대한 관심이 주조를 이루는 생활의 지혜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한다.

- 마지막으로 《육체의 고백》은 기독교 초기에 있었던 육체의 경험을 문제시하고, 욕망의 해석학과 욕망을 정화시키기 위한 판독작업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를 논의한다.”(1984년 “서평 의뢰서”)

공지가 너무 많이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드디어 성의 역사 시리즈 미완의 4권 《육체의 고백》에 진입하였습니다. 푸코는 드디어 기독교 초기의 육체적 경험과 성적인 실천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요, 저는 《육체의 고백》 앞에 실린 ‘편집자 머리말’이 푸코가 기독교에 이르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어서 좋았습니다. 원래 푸코는 성의 역사 1권 《지식의 의지》를 쓰고 다음과 같은 후속편들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② 육체와 신체, ③ 소년 십자군, ④ 여성, 어머니, 히스테리 환자, ⑤ 성도착자들, ⑥ 인구와 종족. 제목들에서 유추할 수 있듯, 푸코는 처음에 16~19세기 근대적 생명관리정치의 장치에서 성의 장치를 연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육체와 신체’에서는 기독교 교리와 관습의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푸코의 계획은 거듭 수정을 겪게 됩니다. “푸코는 이 연구를 시작할 무렵, 기독교 역사에서 속죄자의 진실에 대한 관례적 의무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그리고 그것을 말로 고백해야 한다는 명령의 출발점과 출현 시기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아주 먼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신속히 결정”(13쪽)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 대한 그의 연구는 곧바로 기독교 역사에서 진실 말하기의 문제에 대한 분석으로 출판되지 않고, 이후 (78년 콜레주드프랑스 강의인 《안전, 영토, 인구》에서) 푸코가 ‘사목권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는 데 활용됩니다. 그리고 초기 기독교에 대한 푸코의 연구는 고대 그리스 연구를 위하여 중단되었다가 80년대 초에 이르러 다시 재개됩니다(《육체의 고백》의 최종적인 원고 작성 시키는 1981년과 1982년이라고 합니다).

토론 중 저희는 새삼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푸코는 연구는 어째서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초기 기독교 시대에 진입하게 된 것일까? 푸코는 원래 근대적 ‘성생활의 장치’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하여 ‘욕망인의 계보’를 쓰기 위해 기독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로마 ‘이교도들’의 시대에 관한 연구는 “기독교의 통치성과 진실 말하기의 관행이 갖는 불가역성의 지점”(16쪽)을 결정짓는, 한정된 역할을 부여받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정과 달리 성의 역사 2, 3권을 거치며 고대 그리스, 로마의 주체성은 푸코에게 지속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었고, 그리하여 《육체의 고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초기 기독교에 대한 연구는 역으로 “부차적으로 단순한 소실점 같은 형태”(17쪽)를 이루게 됩니다. 푸코는 ‘욕망하는 주체’의 ‘기원’을 탐구하려다가 계획을 변경하여 그 ‘외부’를 탐사하고자 했던 걸까요? 이런 전환에는 어떠한 결단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저희는 4권에 이르러서야(^^;) 다시 이 중요한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육체의 고백》 1장 1번의 주인공인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클레멘스는 독특한 인물입니다. 자연 현상, 인간 사회, 신의 말씀 각각의 상이한 차원에서 동일한 로고스의 운동을 포착해내는 그의 사상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푸코가 클레멘스를 위치시키는 지점 또한 흥미로웠는데요, 푸코는 클레멘스를 스토아 철학자들과 비교하는 한편 아우구스티누스와도 대비시킵니다. 우선 클레멘스는 이교도들의 ‘아프로디지아’를 많은 부분 수용합니다.

클레멘스의 《교사》는 “정당하게 행동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와 합리적 목적에 따라 행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생활규범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간통, 방탕, 소년들과의 동성애, 남자들 사이의 성관계와 같은 금지된 행위들을 논의하고, 자연과 자연의 교훈을 준거로 삼아 결혼할 때와 성관계를 가질 때 자녀 출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무를 논의하는 점에서 ‘고전적’ 규범체계의 문제를 다룬 것”(81쪽)입니다. 그러나 단지 동일한 규범들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종교적인 구원의 관념을 부여합니다. 클레멘스에게서 관리술은 자기 지배에 의한 자기 구원이 아니라, ‘성(性)’이라는 것 자체가 제거된 순수한 내세로의 이행을 그 목적으로 갖습니다.

토론 중에 클레멘스의 신학이 비교적 현세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푸코도 그러한 지점을 강조합니다. 클레멘스는 성관계나 육체, 결혼생활 자체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행자가 가야 할 길과 재가자가 가야할 길 모두에 대해 열려 있었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충동들을 때에 맞게 활용하여 그것이 로고스에 부합하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했죠. 푸코는 이를 “성관계의 윤리를 정착시키려는 그리스적이고 스토아주의적이 기독교”(82쪽)라고 설명합니다. 이와 달리 아우구스티누스 시대에 이르면 성관계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금욕적이고 비관적인 기독교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고 합니다. 푸코는 이러한 변화로부터 정도의 차이, 그러니까 더하거나 덜한 엄격성의 문제를 확인하는 대신에, 전체적인 가치체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새로운 경험의 점진적 형성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지네요.

간식은 혜원누나가 맡아주었구요, 1장 2번 ‘세례의 힘든 과정’, 3번 ‘두 번째 속죄’ (~164쪽)까지 읽고 과제를 작성해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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