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기너스 세미나

뉴비기너스 3학기 2주차(8.26)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08-22 21:52
조회
64
정호샘의 합류와 함께 뉴비기너스 세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이번 시즌에는 플라톤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볼 텐데, 이전과 달리 한 철학자의 텍스트들을 집중적으로 읽기 때문에 공부를 더 깊게 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뉴페이스 정호샘의 활약도 정말 기대가 되네요. 첫 시간부터 금세 적응하셔서 플라톤의 생애와 사상에서 본인이 감명을 받으신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이번 주에는 플라톤의 《편지들》 중 ‘일곱 번째 편지’를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일곱 번째 편지’는 플라톤의 생애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이 편지는 플라톤이 디온의 친척들에게 충고의 말을 전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디온은 시라쿠사의 귀족 청년으로, 플라톤과 친분을 맺고 그를 초빙하여 시라쿠사 사람들로 하여금 ‘최선의 법에 따라 살아가는 자유민’이 되도록 인도하고자 하였으나, 그곳의 참주 디오뉘시오스 2세의 미움을 사 불행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플라톤은 디온의 친척들과 동료들에게 디온이 생전에 품었던 정치적 비전을 이해하고 그것을 따를 것을 종용합니다. 그 비전이란 플라톤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으로서 바로 “올바르고 진실되게 철학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권좌에 오르거나 아니며 각 나라의 권력자들이 모종의 신적 도움을 받아 진정 철학을 하기 전에는, 인류에게 재앙이 그치지 않을 것”(86쪽)이라는 생각입니다.

플라톤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러한 사상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톤 삶의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들과 그에 대한 플라톤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아테네의 유력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플라톤은 정치적 야망을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고 나면 공적 활동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30인 혁명이 일어나고, 플라톤은 새로운 정권 하에서 자신이 국가를 정의로 인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러나 30인 정권은 잔인한 숙청을 감행하고 폭정을 벌이며 곧 이전 체제를 황금으로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곧 30인 체제가 몰락하고 민주정이 부활하게 되는데, 플라톤은 이에 대해서도 기대를 품지만 그 기대는 또다시 좌절당하고 맙니다. 민주정 아래에서 대중들은 소크라테스가 하는 지혜로운 말들을 듣기 싫은 소리로 여기고 그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사형에 처하도록 합니다. 두 번의 정치적 전복과 두 번의 좌절. 이로부터 플라톤은 철인통치의 이상을 품게 됩니다.

두 번의 정치적 좌절을 통해 플라톤이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그가 특정한 체제나 제도가 사람들을 구원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절감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권력을 소유한 것이 소수인가 다수인가 하는 문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국가가 개인이나 집단의 정념과 탐욕에 좌지우지 되는 한. 결국 개개의 민중들이 자신의 정념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고 자기 자신의 인식의 역량을 키우는 것 외에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수단은 없습니다. 우리도 질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똑같이 풍요로워지면,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권력을 평등하게 나눠 가지면, 경제가 기적적으로 발전해서 일자리가 늘어나면, 사람들은 행복해질까요? 재앙 같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일에 공동으로 헌신하지 않는 한, 물질적 조건이 개선되거나 정치적인 개혁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를 구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플라톤은 사람들을 이러한 과정으로 끌어들이고 전염시키는 일을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 자, 즉 철학자에게 맡기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철인통치에 대한 플라톤의 비전에 몹시 공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플라톤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그가 말하는 철학자는 누구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통치에 이를 수 있는 것인지, 또 그의 비전을 지금 우리의 삶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차고 넘칩니다. 앞으로 세미나를 해나가면서 이런 질문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또 새로운 질문들을 구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에는 《파이돈》을 읽고 오시면 됩니다~ 그럼 목요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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