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세미나

[청문회] 8주차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4-28 11:42
조회
98
이번에는 김종철 선생님의 《간디의 물레》를 읽었습니다. 20~30년 전의 글이지만, 지금에도 유효한 통찰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분이셨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살림이나 녹색평론 같은 운동들은 좋은 뜻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장사입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시도 속에서 새로운 운동 같은 것들을 지속하는 것이지 단순히 이타적인 목적만이 원동력이 아닌 것이죠. 아무래도 시민운동을 떠올리면 다소 ‘희생’, ‘금욕’ 같은 이미지와 연관되기 쉬운데, 김종철 선생님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기적이기 위해 자연과 지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인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실제로 이것이 매우 큰 위험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장 귀찮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쓸모없는 에너지를 소비하니까요. 전반적으로 이번 세미나 토론은 우리가 얼마나 호모 에코노미쿠스인지 보고, 실제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호진쌤도 후기에 쓰셨지만, 이번에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빈곤과 가난’입니다. 김종철 선생님은 빈곤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만, 가난은 윤리적으로 실천해야 할 삶의 양식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단어가 주는 느낌이 강렬하다 보니 저희에게는 빈곤과 가난이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졌는데요. 토론하다 보니, 가난을 자연에 대한 겸손으로부터 자연스레 실천되는 절제된 삶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가난은 물질의 풍요와 대립될 수 있지만, 관계의 풍요와는 양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우리가 자연에 대해 얼만큼 겸손한가인데요. 이 부분은 당장의 실천과 연관 지어서만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모두 이 부분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 중 호진쌤의 고민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다른 사람들의 운을 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계시는 호진쌤께서도 전문가-소비자의 관계로 고착되지 않으려는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삼았다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 해주고 더 오도록 했을 텐데,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지 계속 고민하고 계셨죠. 그래서 공부하게 됐고, 공부하면서 새로운 고민 지점들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현재 내가 공부에 얼만큼 열을 쏟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과연 나무를 베어버릴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글을 쓰고 있고, 책을 읽는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김종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우리는 무슨 권리로 인도 사람보다 ‘풍요’를 누려야 하는가?”가 기억에 남네요.(101) 가끔 타고난 게 없다고 여러 가지를 원망하곤 했는데, 이미 한국 사람, 지금의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나면서 많은 것을 타고났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것을 타고난 것 중에는 인도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많은 생명을 착취한 결과도 있겠고요.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떤 관계 속에서 살고 있고, 얼마만큼의 시야를 갖고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참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면서 조금씩 아이디어를 얻고 가는 것이겠죠? ㅎㅎ

다음 시간에는 조너선 크레리의 《24/7 잠의 종말》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분량이 많지 않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번처럼 재밌게 토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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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8 22:38
    이제 세미나도 끝이 보이네요~ ㅋㅋ 끝은 또다른 시작이죠~덕분에 책도 집중해서 읽게되고 후기도 쓰고~ 값지고 알찬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