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세미나

[청문회] 2학기 3주차 공지 '통치자의 무위(無爲)와 전수 불가능한 깨달음'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6-26 15:26
조회
107
바로 공지할게요! 다음 시간에는 〈칙양(則陽)〉, 〈양왕(讓王)〉, 〈도척(盜跖)〉 세 편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양이 별로 안 되니, 다시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으시면서 내용을 복기하시는 것도 좋겠죠? ㅎㅎ 이번에 올려주신 것처럼 메모를 해주시되, 막 뻗어나가는 생각의 흐름을 써 주시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간단하게 토론 내용을 정리하는 것으로 공지를 마칠게요~

이미 태미쌤께서 후기를 써 주셨지만(신속한 태미쌤의 후기... 공지가 따라갈 수 없어요. 하하), 이번 토론 주제는 크게 통치자의 무위(無爲)와 전수 불가능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우선 장자가 말하는 ‘통치자의 무위’란 유가에서 말하는 인재를 등용하고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통치와 다릅니다. 몇몇 구절은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목표하는 국가에서 확연하게 다릅니다. 유가에서 말하는 통치자의 무위는 굶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고, 장성한 남녀가 무탈하게 결혼하는 국가를 전제한 상태로 펼쳐집니다. 반면에 장자가 말하는 통치자는 그런 국가조차 꿈꾸지 않습니다. 어떤 국가를 목표로 하는 순간 통치자의 의도(有爲)가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잘 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다 의미 없어지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것이야말로 본성을 억압하는 원인’이라는 장자의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순간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폄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순·우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백성들의 본성을 억압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죠. 장자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힘쓰는 것보다 폐허 같은 지금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윤리를 고민합니다.

이와 연관해서 순옥쌤의 질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순옥쌤께서는 장자가 살았던 고대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항상 소수만이 통치하고, 다수가 그에 복종하는 구도를 질문하셨는데요. 그 원인으로 ‘모든 사람이 문제의식을 갖고 철학하지 않는 것’을 꼽으셨죠.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도 바뀌지 않을까?’ 라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그렇다면 반대로 모든 사람이 문제의식을 갖고 철학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도 장자가 비판하는 일종의 유토피아가 아닐까?’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시대적으로 유튜브, zoom 같은 온라인으로 더 간편하게 공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철학하는 날은 올 것 같지 않습니다. 장자적으로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이 철학하지 않는 세계에서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도모하는 것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자의 생각을 도식적으로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장자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 시대는 다르고, 저희는 장자의 생각을 지금 시대를 다르게 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뿐이니까요. 그렇다 해도 순옥쌤께서 제기하신 질문을 끝까지 가져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왜 깨달음(道)은 전수될 수 없는 걸까?’라는 것으로 토론할 때는 각자의 공부에 대한 경험과 연관 지어서 진행됐습니다. 장자는 철저하게 깨달음은 각자의 몫으로 돌립니다. 얼마냐 철저하냐면, 유가와 달리 배움과 가르침의 관계조차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공부에서 힘을 얻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가르침에서 힘을 얻어도 그것을 소화하는 과정은 결국 자기 몫입니다. 순옥쌤께서는 심란한 번뇌가 있었는데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그러들었다고 말씀하셨죠. 다른 선생님들도 각자 공부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달라지거나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된 변화를 공유했는데요. 공부 혹은 깨달음이 다른 것은 각자의 일상을 거름 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수될 수 없는 것이 깨달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일상에서 얼마든지 길어낼 수 있습니다. 어쩐지 공부랑 엮이면 모든 이야기들이 희망적으로 정리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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