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7.8 인생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7-05 12:29
조회
75

<제국문화의 종말과 흙의 생태학>을 드디어!!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함께 읽으니까 되네요^^ 처음 읽었을 때는 쪽수나 빽빽한 편집 때문에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이렇게 노다지 같은 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세미나 내내 모두 한마디씩 했으니까 말을 줄이도록 하지요^^;;

2부에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흙의 생태학'에 대해 말합니다. 우리를 막연한 불안에 떨게 하고, 결국에는 정신병동으로 몰아넣는 제국문화와 달리 흙의 생태학은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섬세한 감수성을 자랑합니다. 이 책의 2부는 모두 자연의 리듬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인류학적 증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리듬은, 제가 평소에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훨씬 상회할 정도로 섬세한 짜임새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만나는 물고기지만 그들 하나하나의 생활 '습관'을 따지는 것, 늘 발에 차이는 흙이지만 마치 그것들 알갱이 하나하나의 정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자연의 리듬을 읽는 '흙의 생태학'인 것이죠. 이렇게 보면 저자가 제국문화는 '건조함의 문화'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말라 비틀어져 박제된 것들과 정형화된 관계만 맺는 제국문화에 비해 '흙의 생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원주민들은 물고기의 습성에 응하는 춤을 추거나, 흙에 사는 식물의 발아에 따라 이동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를 보면 자연의 특정 조건 하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은 두 가지로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그 조건을 따라 직접 이동하면서 자신의 리듬을 바꾸는 부류죠. 또 하나는 직접 그 조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문명이라는 것은 아마도 후자를 따라 건설되었을 것입니다. 문명의 결과는, 만주치는 자연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마저 사물화 하는 '건조한' 제국문화일 것이고요.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우리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인간이 지구를 병들게 했는데, 그런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같은 것이죠. 하지만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것은 결국 지구와 관계 맺을 생각이 없을 때 하는 질문 같습니다. 사실 인간이 느껴야 하는 것은 지구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병들게 한 지구에 대한 책임감일 테니까요. 뭘 할 수 있을까 묻는 대신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큰 참조가 되는 것은 바로 자연의 리듬일 것입니다. 어떻게 그 리듬에 대해 섬세하게 반응하는 신체가 될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향모를 땋으며> 2챕터까지 읽어옵니다.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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