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몽스쿨

< 격몽복습 > 仁政 - 양혜왕장구 상하편 총정리

작성자
김지현
작성일
2019-05-15 13:25
조회
85
  1.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의 구성과 인정(仁政)


맹자가 주장하는 ‘인정(仁政)’이 제일 처음 등장하는 부분은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편 제5장이다. 인정의 가장 기본적인 뜻과 그 효과에 대해서 제5장에서 이미 다 말하고 있지만, 맹자가 인정(仁政)을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과정과 다른 장에서 어떻게 변주가 되는지를 알기위해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하편의 전체구성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상편의 전체구성은 () -> 王道之始 -> 인정(仁政) -> 왕도(王道)까지 그 개념이 점점 뻗어가는 와중에 여민해락(與 民偕樂)의 내용을 담은 장들이 중간에 첨가되는 방식이다.

제1장에서 나라의 이(利)를 추구하는 양혜왕에게 맹자는 인(仁)과 의(義)가 더 중요하다고 두 번씩이나 강조한다.

孟子對曰 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 亦曰仁義而已矣 何必曰利

제2장에서는 누대와 동산을 독점하지 않고 백성과 함께 누리는 것이 진정한 왕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하편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여민해락이 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이 삽입됨으로 써 얻는 효과는 단도직입적으로 왕도 정치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긴장감을 살짝 이완 시켜주면서 맹자의 주장에 마음을 쏠리게 하는 것이다. 제7장은 곡속장(觳觫章)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맹자는 도살장에 끌려가면서 벌벌 떠는(觳-두려울 곡, 觫-두려울 속) 소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인(仁)을 설명한다. 맹자의 인(仁)은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를 정면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제2장을 읽으면 누대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정경과 연못에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 백성들이 토목공사에 동원되면서도 자기 일처럼 걷어붙이고 나서는 상황이 떠오르면서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맹자의 정치사상에 나도 조금씩 감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제3장에서 자국의 백성들 수가 늘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양혜왕에게 왕도(王道)의 시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맹자가 알려준다.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 不入洿池 魚鼈 不可勝食也 斧斤 以時入山林 材木 不可勝用也 穀與魚鼈 不可勝食 材木 不可勝 是 使民養生喪死 無憾也 養生喪死 無憾 王道之始也

맹자는 백성들이 생활의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왕도의 완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작이라고 말한다. 부역이나 토목공사에 동원하지 않고 내버려두기만 해도 백성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농사지어서 먹고 살 수 있으며, 산림과 천택(川澤)을 함께 절제하면서 살아서 부모 봉양하고 죽은 이의 장례를 치름에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 바로 맹자가 주장하는 왕도(王道)의 시작이다. 이것 실행되지 않아서 겪는 백성들의 비참함은 하편 12장에서 이어진다.

孟子 對曰 凶年饑歲 君之民 老弱 轉乎溝壑 壯者 散而之四方者 幾千人矣

제4장에서는 왕이 정치를 잘못 행하는 것은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함으로써 제5장의 인정(仁政)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강조한다. <동양고전 종합 DB>에서 맹자 원문, 해석, 영어 표현문을 발췌해왔는데 다음과 같다.

王如施仁政於民 省刑罰 薄稅斂 深耕易耨 壯者 以暇日 修其孝悌忠信 入以事其父兄 出以事其長上 可使制梃 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왕께서 만일 인정(仁政)을 베풀어 형벌을 줄이시고 세금을 적게 거두신다면, 백성들이 여유가 있어서 밭을 깊이 갈고 김을 잘 맬 것이며, 장성한 자들이 여가를 이용하여 효제(孝悌)와 충신(忠信)을 닦아서, 들어가서는 부형(父兄)을 섬기며 나가서는 어른과 상관을 섬길 것이니, 이렇다면 이들로 하여금 몽둥이를 만들어 진()나라와 초()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예리한 병기를 상대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James Legge] 'If Your Majesty will indeed dispense a benevolent government to the people, being sparing in the use of punishments and fines, and making the taxes and levies light, so causing that the fields shall be ploughed deep, and the weeding of them be carefully attended to, and that the strong-bodied, during their days of leisure, shall cultivate their filial piety, fraternal respectfulness, sincerity, and truthfulness, serving thereby, at home, their fathers and elder brothers, and, abroad, their elders and superiors,-- you will then have a people who can be employed, with sticks which they have prepared, to oppose the strong mail and sharp weapons of the troops of Ch'in and Ch'û.

* benevolent : 특히 권위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 자애로운

출처:Oxford Advanced Learner's English-Korean Dictionary

인정(人政)을 주석에서는 ‘省刑罰, 薄稅斂此二者 仁政之大目也(형벌을 줄이고 세금을 적게 거두는 이 두 가지는 인정(人政)의 큰 조목이다.)’라고 풀이한다. 왕이 착취를 덜 하는 것으로 인정(仁政)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고 이것을 펼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백성들이 마음으로 복종하여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게 되는 것이다.

양혜왕장구 상편은 1장에서 인(仁)을 강조하고, 7장에서 왕이 인(仁)을 실현하는 게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수미상관적인 배치를 하고 있다.

인(仁)을 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曰 無傷也 是乃仁術也 見牛 未見羊也 君子之於禽獸也 見其生 不忍見其死 聞其聲 不忍食其肉 是以 君子 遠庖廚也

왕이 소한테 가졌던 ‘차마할 수 없는 마음(心)’을 정치영역에 적용하면 그것이 바로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다. ‘인(仁)을 베풀어서 천하의 벼슬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고자 하게 하며, 경작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왕의 들에서 경작하고자 하게 하며, 장사꾼들로 하여금 모두 왕의 시장에 물건을 저장하고자 하게 하며, 여행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왕의 길에 나아가고자 하게 한다면, 천하에 그 군주(君主)를 미워하는 자들이 모두 왕에게 달려와 하소연하고자 할 것이니’라는 내용이 이어서 나오는데, 제3장의 양혜왕이 “내 나라의 백성 수가 늘지 않는데 왜 그런가?”라고 물을 때 맹자는 역시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었을 것 같다.

인정(仁政)은 제 나라 백성뿐만이 아니라 정복한 나라의 백성들에게까지 적용된다는 것을 하편(11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若殺其父兄 係累其子弟 毁其宗廟 遷其重器 如之何其可也 天下 固畏齊之彊也 今又倍地而不行仁政 是 動天下之兵也

양혜왕장구 상편은 왕도(王道)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 나고 하편은 왕도(王道)에 대한 더 확장시킨 내용을 다루고 있다. 왕이 가져야 할 덕목(大勇), 주(紂)를 벤 것은 군주를 시해한 것이 아니라 필부(匹夫)를 죽인 것이라고 세습권위를 부정하는 내용, 여민해락, 인재등용, 전란에 대한 대응(등문공 시리즈)으로 마무리 된다. 맹자의 인정(仁政)은 도달해야할 지향점이 아니라, 선(善)으로 가기위한 필요조건임을 7장의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是故 明君 制民之産 必使仰足以事父母 俯足以畜妻子 終身飽 凶年 免於死亡 然後 驅而之善 故 民之從之也 

2.인정(仁政)의 현실성

하편에 등장하는 등문공 시리즈는 전국시대라는 상황에 놓여 있는 군주들의 가장 절실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맹자의 인정(仁政)은 현실 정치인들에게 채택되지 못했지만 그것 때문에 비현실적인 담론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등문공 시리즈’를 통해 맹자가 생각하는 현실성을 유추해보고자 한다.

문공은 자신의 나라 등나라는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는데, 어느 나라를 섬겨야 하느냐고 맹자에게 묻는다. 맹자는 해자 파고 성 쌓는 아주 기본적인 전쟁 대비책을 알려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백성들이 죽음을 바쳐서까지 지키고 싶은 나라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孟子 對曰 是謀 非吾所能及也 無已則有一焉 鑿斯池也 築斯城也 與民守之 效死而民弗去 則是可爲也

문공은 제나라 사람이 설(薛)땅에 축성을 하려고 해서 매우 두려우니 어찌 하면 좋겠느냐고 또 묻는다. 이는 전쟁이 아주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맹자는 빈(邠)땅을 떠난 태왕(太王)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선행을 한다면 후세에 왕 노릇할 자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苟爲善 後世子孫 必有王者矣 君子 創業垂統 爲可繼也 若夫成功 則天也 君如彼 何哉 彊爲善而已矣

문공이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섬겨도 화를 면할 수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묻는다. 맹자는 태왕이 빈 땅을 떠나면서 했다는 말“君子 不以其所以養人者 害人”을 들려준다. 전쟁보다는 차라리 땅을 주고 떠나라, 만약에 인인(仁人)이라면 백성들이 따라올 테니 거기서 다시 나라를 세우면 된다는 것이 맹자의 이어지는 답변이다. 제나라 왕은 전쟁에 승리하여 연나라를 취하자 나머지 제후들이 정벌을 도모하니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고 맹자에게 묻는다. 전쟁에 승리한 왕의 심정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 상황에서, 왕권을 유지하면서 영토를 넓히는 것은 설사 왕이 원한다 해도 누구하나 편하지 않는 임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자는 생각했을 것이다. 강하다고 해서 계속 강할 수 없고, 약하면 강한 나라를 섬겨야 하는 전국시대! 맹자에게 나라란 지배층이 인인(仁人)이라면 백성들이 알아서 찾아와 형성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나라의 기본이 되는 백성,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중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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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5 14:23
    오오! 맹자가 인을 강조했다지만 늘 이게 뭔소린가 했는데, 이렇게 전체 구성을 꿰어주니 좀 알것도 같고. 큰 그림 안에 인이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 되는 것도 보여서 넘 재미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