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10.23 니나노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0-20 19:19
조회
68
191023 니나노 공지

 

드디어 부모를 다 버렸습니다! 안고는 ‘부모를 버리는 세상’이 아니라 ‘부모가 버려지는 세상’에 대한 논의 자체를 비판하고, 그 비판의 칼날을 전쟁에 대한 시선에까지 돌리더군요. 전쟁을 특수상황으로 보고, 자신들의 비참함과 모순을 모두 전쟁탓이라고 하는 감상을 안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고를 읽으면서 역사적으로 존재를 사유한다는 것이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기 시작한 것은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입니다. 안고가 아들을 얻고 나서의 감상인데요, 정말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습니다. 아이가 생겼다고 했을 때의 당혹감, 대할 때마다 느끼는 충동, 그럼에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아버지로서의 솔직하게 잘 드러나 있지요. 그중에서도 개와 전혀 구분이 안 되고 어쩌면 개가 더 낫다고 생각하던 안고가 아이를 귀엽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게 되는 것을 일종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받아들이는 것도요. 이걸 읽다보니 <부모를 버려지는 세상>에서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본성적인 것이라고 했던 그의 해석이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받아들이고 또 그를 위해 일하는 것은 준비가 되고 자신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정말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안고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재산이 전혀 없기 때문에 40대 중반에 아이가 태어나면 무엇보다도 그 장래를 걱정하는 일이 앞선다.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나름 여자 아이라면 일찍 제 몫을 하는 어른이 되어 시집을 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때문에 남자 아이가 태어나자 답답한 기분도 들었다. 싫든 좋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되어 다소 자포자기 심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개보다도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자 그 불안과 답답함이 점점 희미해졌다. 달리 계속해서 일할 자신이 생긴 것은 아니나, 그저 왠지 막연하게 자신이 생겼던 것이다.

 

다음 시간은 예고한대로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를 끝내고 <문학의 고향>과 <신체 자체가 생각하다>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과제는 따로 없습니다. 메일로 말씀 드린대로 저번시간 과제 중 <포기하는 아이들>은 번역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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