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11.20 니나노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22 22:04
조회
103
4시즌 마지막으로 읽은 글은 <육체 자체가 사고한다>입니다. 안고는 사르트르의 소설 <내밀>을 분석하며 인간의 '육체' 자체가 사고하는 차원에 대해 말합니다. 우리는 정신과 육체를 나누어 생각하는대로 육체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며 또 말을 할 때 역시 정신작용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안고는 사고는 육체의 몫이라고 하지요.
<내밀>의 주인공은 성불구자 남편과 싸운 다음 다른 남자를 찾지만, 결국 다시 남편에게 돌아갑니다. 안고는 이것을 '그녀는 결국 남편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해석합니다. 성불구 남자는 미움받는다고 하는 상식이라든가, 남편에게 돌아가는 아내의 도덕성을 따지기 이전에 그녀의 육체 자체가 이미 남편에게 돌아갈 것을 원하고 생각하고 행위했다고 안고는 보는 것이죠. 사르트르는 <내밀>에서 육체가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입니다.
 サルトルの「水いらず」が徹頭徹尾、たゞ肉体自体の思考のみを語らうとしてゐることは、一見、理知がないやうだが、実は理知以上に知的な、革命的な意味がある。
私は今までサルトルは知らなかつたが、別個に、私自身、肉体自体の思考、精神の思考を離れて肉体自体が何を語るか、その言葉で小説を書かねばならぬ。人間を見直すことが必要だと考へてゐた。それは僕だけではないやうだ。洋の東西を問はず、大体人間の正体といふもの、モラルといふものを肉体自体の思考から探しださねばならぬといふことが、期せずして起つたのではないかと思ふ。
織田作之助君なども、明確に思考する肉体自体といふことを狙つてゐるやうに思はれる。だから、そこにはモラルがない。一見、知性がない。モラルといふものは、この後に来なければならないのだから、それ自体にモラルがないのは当然で、背徳だの、悪徳だのといふ自意識もいらない。思考する肉体自体に、さういふものはないからだ。一見知性的でないといふことほど、この場合、知的な意味はない。知性の後のものだから。
これからの文学が、思考する肉体自体の言葉の発見にかゝつてゐるといふこと、この真実の発見によつて始めて新たな、真実なモラルがありうることを私は確信するのであるが、この道は安易であつてはならぬ。織田君、安易であつてはならぬ。
사르트르의 <내밀>이 철두철미하게 그저 육체 자체만의 사고를 말하려 하는 것은 언뜻 보면 이지(理智)에 맞지 않는 듯하나, 실은 이지 이상으로 지적인, 혁명적 의미가 있다.
나는 이제까지 사르트르를 몰랐다. 하지만 별개로 나 자신이자 육체 자체가 하는 사고, 즉 정신적 사고를 떠나 육체 자체가 무엇을 이야기할지, 그 언어를 소설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 자체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나만이 아닌 듯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체로 인간의 정체와 모럴을 육체 자체의 사고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느닷없이 일어난 것이다.
오다 사쿠노스케 군 등도 명확하게 사고하는 육체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거기에는 모럴이 없고 언뜻 보면 지성이 없다. 모럴이란 지성 다음에 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모럴이 없다는 것은 당연하며 배덕이라든가 악덕이라든가 하는 자의식도 필요하지 않다. 사고하는 육체 자체에 그러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견 지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 경우만큼 지적인 것은 없다. 모럴은 지성 이후의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문학이 사고하는 육체 자체의 언어를 발견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점, 이러한 진실을 발견함에 따라 새로운, 진실한 모럴이 비로소 있을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하지만 이 길은 안이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오다 군, 안이하게 해서는 안 된다네.

오다 사쿠노스케는 사카구치 안고와 함께 무뢰파로 통합니다. 전후, '육체의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다 사쿠노스케 역시 '육체 자체가 사고하는' 언어를 고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육체의 언어란 어떤 것일까요? 어쩐지 관념적인 모럴 같은 것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좀더 날것(?)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그런 '육체의 문학'이 많았던 모양이고요. <문학의 고향>에서처럼 안고는 단순히 모럴이 없는 것만으로는 문학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것 만으로는 문학일 수 없지요. 문학은 항상 모럴을 묻고 또 발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럴은 지성 이후에 오는 것이기에, 그 지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부터 살펴야 하는 것이겠죠. 안고가 말하는 '육체 자체의 사고'는 어쩌면 육체의 지성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식에 묻고 재보기 이전에 행위하는 육체의 지성 말입니다.


다음 시즌은 12월 11일에 시작합니다.
다 못 읽은 <분열적 감상>과 이전 공지드린 <枯淡の風格を排す> 읽기를 시작으로 하겠습니다.

짧은 방학 잘 보내시고 1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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