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2.3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1-28 18:32
조회
249
161203 청소 공지사항

 

<춘분 지나고까지>에서 우리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강풍을 측량하는 과거를 모리모토가 재밌게 이야기 했지만, 아마 화면으로 보면 목욕탕이나 방에서 허풍을 떠는 남자의 모습이 전부일 것입니다. 모리모토는 게이타로에게 이것저것 이야기 했지만 같이 가자고 말하거나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하지도 않았죠. 그는 게이타로에게 ‘세상에는 강풍만이 아니라 꽤 재미있는 일이 잔뜩 있고 또 자네 같은 사람이 그런 재미있는 일에 맞닥뜨리려고 애를’ 쓰지만 ‘대학을 졸업하면 그때는 이미’ 어렵다고 말합니다. 게이타로는 학사 같은 사람은 색다른 생활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맞다 생각하며 이치에 치우치는 바람에 이야기가 갑자기 재미없어졌다고 느낍니다. 모리모토가 표현하는 거센 강풍 이야기에 푹 젖었던 게이타로도 갑자기 자기 모습을 떠올린 것이 아닐까요. 하숙집에서 진짠지 가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지껄이는 남자와 자신을 찍은 화상이요.

이번 토론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내면’인 것 같습니다. 근대인의 내면이라는 말은 사실 세미나를 하면서 많이 언급되었습니다만 이렇게 내면에 집중한 이야기는 <춘분>이 처음입니다. 게이타로는 처음에 모리모토의 과거 모험을 듣지만 그 다음에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전부 내면에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특히 친구 스나가 이치조는 정도가 너무 심해서, 다 듣고 나서 돌아보면 그가 겪은 일이라고 할 것은 사실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나가는 사촌 여동생과 약혼 문제로 얽혀 있고, 그것으로 인해 그저 지나가는 남자만 보아도 머릿속에 강풍이 부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스나가의 머릿속에서는 강풍이 불고 태양이 흐려집니다. 생각이 몸도 따라올 수 없을 지경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폭발하는 내면과 대비되게 게이타로의 앞에 있는 이치조는 퇴영적이라고 할 만큼 분투의 흔적이 없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신경 쓰던 지요코와도 좋은 관계처럼 보이고요. 모리모토가 온 몸으로 맞았던 강풍은 이제 그 머릿속에만 불고 있는 것입니다.

게이타로의 모험은 몸으로 부딪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고막 활동에 그쳐버린 모험, 그리고 들리는 것은 내면에서만 부는 강풍.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모험은 모리모토의 것에 가깝지만, 소세키는 근대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모험이란 이런 게 전부라고 <춘분>에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내면이 비대해진 인간이 어영부영 일상을 저회하는 모습 말입니다.

 

다음 시간은 <행인> 읽어 옵니다.

 

간식은 이응 언니, 건화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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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8 20:22
    고등유민을 나름 정리하고 싶었는데, 실패하고 말았네요 ㅋㅋㅋ 고등유민을 단순히 사회의 생산력이 수용하지 못해서 탄생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 그 시대 속에서 인물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 가문, 국가라는 집단과 자신의 위치를 의심하는 모습을 따라가면 소세키가 그린 고등유민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벌써 작품이 거의 끝나가네요. 이러다 놓치기만 하고 끝나버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