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11.18 몸-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2-15 18:32
조회
79

겨울 3달을 폐장(閉藏)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물이 얼고 땅이 얼어 터지며 양기가 요동하지 못한다. 이때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 마음을 굽힌 듯 숨긴 듯이 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가진 듯이 또는 이미 얻은 것이 있는 듯이 해야 한다. 그리고 추운 데가 아니라 따스한 방에 거처하고, 살갗으로 땀을 흘려 갑자기 기를 빠져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이 겨울철에 순응하는 것이며 간직하는 기운을 돕는 방법이다. 이것을 거역하면 신(腎)을 상하여 봄에 위궐병이 생기고, 봄에 발생하는 기능이 적어진다.


몸-살림 세미나를 한 다음날인 목요일, 밤을 샌 티가 역력한 혜림언니가 들어오자마자 외쳤습니다. "이런 건 삶이 아니야!!" 전날 아무래도 이 구절을 읽었기 때문이겠죠.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한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동양적 사유에서는 언제나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 것을 권합니다. 봄은 뭔가를 시작할만한 계절인 반면 겨울은 그동안 한 일을 잘 갈무리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고 겨울에는 모든 것을 떨어뜨린 채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내고 찬 기운 속에 서 있지요. 그 나무는 봄이 오면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겁니다. 그렇게 한 사이클을 시작하고 맺는 감각을 우리는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기를 바라고 겨울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면서 계속해서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지요. 또 일하는 시간이 끝나면 밤을 새서라도 놀아봐야 직성이 풀리고 그러다가 에너지가 바닥나면 해가 떠있어도 늘어져 있기 일쑤고요. 도무지 자연에 따라 살 수가 없는 삶!

채운샘은 자연을 따라 살면 그것이 혁명일 거라고 말씀하셨죠. 지금 우리에게는 자연을 따라 살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산적해 있으니까요. 돈도 벌어야 하고, 밤새 놀아야 하고, 스마트폰 보다보면 벌써 새벽이고 등등...만약 우리가 겨울을 맞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한다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뀔 것입니다. 일단 밤에 야근같은 건 절대 못할테니 일을 하는 방식도, 그걸 대하는 마인드도 달라지겠죠. 저마다의 자연을 따르는 삶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궁리도 해야 하고요. 그럼 아무래도 <동의보감> 같은 책도 찾아볼 테고요^^

<몸으로 보는 중국사상>의 원제는 <중국의학의 탄생>입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의학이란, 의원이란, 병이란 어떻게 규정되었는지 추적하고 있지요. 우리에게 의사는 병든 자를 받아서 치료해주는 존재입니다. 의사는 병원에 있고, 병은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해주는대로 드러나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의사도 병도 전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선 의사는 편력하는 존재입니다. 병에 대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 존재는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병을 치유했습니다. 편작, 화타 같은 우리에게 알려진 유명한 중국 의사들은 모두 편력하는 의사의 대표격이었죠. 편력하는 자들은 어떤 유형이 있을까요? 적어도 권력자는 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시황은 평생 자기 영토를 순행하다 길에서 죽었지만 그건 일정한 홈을 파는 작업이었지 '편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편력은 어떤 것이든 분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의사, 철학자, 예술가와 같은 사람들은 분별이 있어서는 할 수 없는 직종(?)입니다. 의사가 인종이나 국적을 가려 환자를 치료한다면 의사라고 하기 어렵고, 또 의사일 수도 없게 되니까요.

<동의보감>을 볼 때도 느끼지만 의학이란 정말 무수한 임상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이 눈에 들어왔을까 싶은 지점에 집중하고 신경을 쓰고 실험하여 치료하거나 약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 온갖 것을 분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임상 경험이 쌓여서 의사가 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생활력을 갖추고 오랜 기간 편력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보면 더 정밀한 기계를 갖추려고 하는 지금의 병원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계속 한 자리에서 덩치를 불리며 자리잡으려는 지금의 병원은 과연 병을, 환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몸과 어떻게 관계해야 할까요? 이 책을 좀더 읽어가며 고민해 봅시다~



다음 시간은 규문 '양생클럽'에서 양생을 위핸 강의가 있습니다. 몸-살림 세미나원들은 필참!!^^

<몸으로 본 중국 사상>은 3장까지 읽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19-12-15 21:48
    동의보감 구절들을 읽으면서 전율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너무나 구체적으로 자연의 이치를 따를 수 있는 길들을 보여줍니다. 자연을 따라 살면 그것이 혁명일 것이라는 말씀이 저도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밤새지 않고 혁명적으로 공부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