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탁Q 11.01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10-27 20:14
조회
84
이번에 읽은 2부는, ‘어떻게 신체형이 자취를 감추고 감금형이 탄생했는가?’라는 《감시와 처벌》을 관통하는 질문에 비추어봤을 때 ‘과도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관한 챕터였습니다. 2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신체형으로부터 감금형으로의 전환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개혁자들의 진취적인 정신에 의해 단숨에 ‘똭’하고 형벌제도가 전환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형벌제도의 변화과정에는 상이한 여러 이해관계가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신체형에서 감금형으로의 이행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지닌 다양한 집단들의 힘 관계가 있을 뿐, 진보적이고 정의로운 의지와 반동적이고 야만적인 의지의 대결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형벌제도의 개혁이 기존의 권력에 대항하는 외부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개혁자들’은 민중의 편에 서서 인권을 부르짖는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실은 특정한 시기에 이르러 그들을 조건 짓는 토대가 변했던 것이지요. 우리의 사고는 우리가 놓여있는 물질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며, 우리가 놓인 권력관계에 위에서 세계를 출현시킵니다.

정수샘께서 발표 중에 ‘푸코는 사료들을 나열해 놓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정말 푸코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코가 설명하는 세계에는 어떤 외재적 인과도 개입해있지 않고, 그 자체로 원인이거나 결과이기만 한 무엇도 없습니다.

푸코의 서술 속에서 경제적 조건의 변화와 사법의 중압화, 그리고 범죄 유형의 변화, ‘위기(상호적인 불신과 증오와 공포)의 증대’라는 현상들은 서로가 서로를 조건 지으며 18세기 후반의 유럽이라는 배치를 생산합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자료에서 폴 벤느는 푸코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추상화를 그렸다고 했죠. 푸코가 “형상도 없고 영구히 동요되는 질료가 매번 다르며 존재하지도 않는 형상들을 그 표면의 언제나 다른 지점에 탄생시키는 세계”, “모든 것이 개별적이며 그래서 어떤 것도 개별적이지 않은 세계”(폴 벤느, 〈역사학을 혁신한 푸코〉)를 묘사했다고 했는데, 2부를 읽으며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푸코에게 ‘왜 이렇게 됐느냐’라고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채운샘은 푸코가 어떤 선형적 인과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푸코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공허한 말들을 붙들고 살고 있는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의’, ‘자유’, ‘선’, ‘악’ 등등.

이번 챕터에서 푸코는 18세기 후반의 개혁자들이 신체형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소환한 ‘인간’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형벌을 완화시켜 범죄에 적합한 것으로 해야 한다. 사형은 살인범에게만 부과해야 한다. 인간성에 위배되는 신체형은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때의 ‘인간’은 우리가 ‘인권’이나 ‘평등’같은 말들과 더불어 떠올리는 그 ‘인간’과는 다른 것입니다. 푸코에 다르면 이때 개혁자들이 강조한 인간은 “척도로서의 인간”입니다. ‘인간’을 내세움으로써 개혁자들이 제압하고자 했던 것은 ‘왕’과 ‘민중’이라는 두 개의 괴물적 권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인류의 보편적 행복을 위해 헌신한 것이 아니라, 사법계약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그 안쪽에다가 위치시키고자 했던 것이죠. 채운샘은 구체적 실천들을 담지하고 있지 않은 개념들은 공허하다고, ‘누구의’, ‘무슨’, ‘어떤’이라는 구체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주에는 3부의 1, 2장을 읽고 내용을 요약해오시면 됩니다. 드디어 ‘규율’이네요^^. 채운샘에 따르면 3부의 주제는 ‘근대의 주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라고 합니다. 푸코가 이번에는 또 어떤 정밀한 추상화를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이번 주 후기와 다음 주 간식은 현숙샘과 영님샘이 맡아주셨습니다.
전체 1

  • 2017-10-30 11:13
    정수쌤이 말씀해주신 대로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여준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느낌이었어요. 이게 푸코가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선이겠지만, 어렵네요~ @.@